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장기화하면서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사태 여파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없어서 못 판다'는 서울 청약시장도 이제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서울과 경기 일부의 경우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하면서 무순위 청약까지 진행하고 있다. 시행사들은 할인 카드까지 꺼내 들고 미분양 털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할인분양에 청약 등을 통해 먼저 계약한 기분양자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공급업체에 마찬가지의 할인율 적용이나 관련 혜택을 요구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고분양가에 외면받은 '악성 미분양' 단지 4억원까지 할인
서울에선 최초 분양 후 1년 넘도록 미계약 물량을 해결하지 못해 분양가를 4억원까지 할인한 곳도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미 2022년 6월 입주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지난 4월10일과 11일 9번째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9번째 청약을 진행했음에도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하면서 분양가를 최대 35%까지 할인했다. 지난해 6월 15% 할인을 진행했음에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추가 할인에 나선 것이다. 78㎡ 기준으로 분양가격이 10억290만~11억4700만원에서 6억6900만~7억4600만원으로 낮췄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와 시스템에어컨 등을 무상 제공키로 했다. 나름 시세를 반영했다는 게 의견도 있지만 "여전히 저렴하지 않다"는 반응이 더 많다.
미분양 증가로 인해 할인분양을 진행하는 단지가 늘면서 기존 계약자와의 갈등도 심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부 업체의 경우 초기 계약자와의 형평성 문제로 분양가 할인보다는 옵션·이자혜택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며 "분양이 안 되면 결국 분양가를 낮추는데 기존 계약자까지 할인을 해주는 게 의무가 아니어서 정부 당국도 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할인분양을 계획한다는 소식에 기존 계약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분양시장 상황이 나쁜 데다 기업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어서 할인 대신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