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혼돈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지난 1일부로 시범사업으로 전환돼서다.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존 플랫폼사업자의 대표단체 외에 별도의 단체가 TF팀을 구성해 플랫폼사업자의 목소리가 분산되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4일 KT, LG유플러스 등이 포함된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가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응한다는 목적으로 비대면진료TF를 구성한다. 2017년 11월 출범한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는 지난달 15일 송재호 KT AI/DX융합사업부문장을 협회장으로 선임한 이후 비대면진료 사업을 제도화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기존 비대면진료 사업의 제도화를 위해 노력해 온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 측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플랫폼업계가 하나로 뭉쳐 정부, 의약업계와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분열된 모양새를 보여서다. 여기에 영세한 플랫폼업체 중심의 기존 원산협과 달리 대기업이 비대면진료 사업방향을 주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관계자는 "원산협과 달리 우리 협회가 비대면진료 사업이 제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된 이후 비대면진료 현장의 모습은 어떨까. 원산협에 참여하는 닥터나우의 전신영 이사는 비대면진료 현장에 대해 "혼돈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원산협 내부 조사에 따르면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요청하더라도 대상자가 아니어서 의료기관으로부터 거부되거나 취소된 비율은 50%를 넘었다.
이는 플랫폼업체에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라는 게 전 이사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시범사업 대상 여부를 의료기관이 직접 확인하도록 권고한다.
전 이사는 "플랫폼업체는 환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없다"며 "그 결과 의료기관은 '진료 접수-시범사업 대상 여부 확인-진료 취소'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고충이 커지고 의료기관은 업무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자가 시범사업 대상인지 여부를 의료기관이 직접 확인하는 것이 복지부의 권고사항이다.
복지부는 현장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범사업안을 고수했다. 지난 7일 "현장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의 문의와 건의 사항에 신속히 대응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도 기존 시범사업에 대한 내용을 재안내하는 선에서 그쳤다. 전 이사는 "시범사업안이 확정된 이후 정부와 어떤 소통도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