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완전한 고팍스 인수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유동성 악화로 고팍스 가상화폐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애를 태운다.
바이낸스와 고팍스는 지지부진한 현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이중훈 고팍스 부대표를 신임 대표로 세울 예정이다. 기존 레온 풍 바이낸스 아·태지역 총괄 대신 한국인 경영인을 내세워 금융당국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1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는 대표이사를 레온 풍 바이낸스 아태지역 총괄에서 이중훈 고팍스 부대표로 변경할 예정이다.
레온 풍 총괄은 2월 초 고팍스 대표이사에 올랐는데 금융정보분석원(FIU)이 3개월이 넘도록 '사업자 변경신고'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이중훈 부대표는 과거 홍콩 골드만삭스에서 일했고 메리츠증권 파생상품 본부장까지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할 때 이준행 고팍스 창업자와 연을 맺어 작년 초 고팍스에 발을 들였다.
이 부대표는 바이낸스와 고팍스 간 인수 작업에 많은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으며 바이낸스도 신뢰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이번 신고를 받아들이면 바이낸스가 사실상 한국 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만큼 신중한 모습이다. 바이낸스가 가상자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고팍스가 지난 3월6일 변경신고를 냈는데 FIU는 아직 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절차대로라면 변경신고 접수 후 45일 이내인 지난 4월19일까지 심사결과가 나왔어야 하지만 제출 서류를 추가 요구해 기한이 늘어난 상황이다.
이번 결정은 답보 상태인 신고 수리를 마무리짓기 위한 승부수다. 변경 신고 시일이 너무 지체되면서 고파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고파이 투자자들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질의서를 보내 "통상 일주일 안에 처리되던 신고 수리가 90일이 지나도 수리되지 않고 있다"며 "수백명 투자자들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바이낸스가 법률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이를 대비하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FIU는 최근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와 관련해 외국인 임원의 해외 금융 법령 위반 사실을 확인 중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를 증권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법률 리스크가 더 커진 상황이다. 한국인 신임 대표가 나서 바이낸스의 입장을 전달하는 '가교' 역할로 현 상황을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경영인이 등장한다면 금융당국과의 소통도 좀 더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