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위스키로 한국서 돈 번 페르노리카·디아지오의 '돈 빼돌리기'
②사람 죽어도 돈만 벌면 된다?… 한국인 무시·차별하는 '코스트코-이케아'
③툭하면 "유 파이어"… 한국서 돈 벌면서 한국 직원 무시하는 글로벌 제약사들
④한국 제도·문화 모를 리 없는데… 외국계 기업의 여전한 '갑질'
①위스키로 한국서 돈 번 페르노리카·디아지오의 '돈 빼돌리기'
②사람 죽어도 돈만 벌면 된다?… 한국인 무시·차별하는 '코스트코-이케아'
③툭하면 "유 파이어"… 한국서 돈 벌면서 한국 직원 무시하는 글로벌 제약사들
④한국 제도·문화 모를 리 없는데… 외국계 기업의 여전한 '갑질'
전 세계 매출 순위 3위인 글로벌 제약사 MSD의 한국법인 한국MSD는 지난 5월9일 전 직원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했다. 한국MSD의 사업부를 8월1일부터 ▲항암제 사업부 ▲백신 사업부 ▲호스피탈 스페셜티 사업부 등으로 3개만 축소 운영하고 기존의 제너럴 메디슨(GM) 사업부 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ERP·Early Retirement Program)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본사 MSD가 GM 사업부의 대표 당뇨약인 자누비아·자누메트·자누메트XR을 종근당에 국내 허가권을 넘긴 만큼 한국지사의 사업부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MSD는 "희망퇴직에 참여하지 않는 GM 사업부 직원들은 (회사에서) 더 이상의 업무를 맡을 수 없다"며 "앞으로 계획된 인사팀과의 1대 1 면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규정에 따라 인사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직원들을 압박했다. 이에 한국MSD 노조는 "희망퇴직을 가장한 일방적인 정리해고"라며 반발했다.
당초 한국MSD는 희망퇴직 신청자들에 한해 기본 퇴직위로금으로 최대 48개월치의 월급과 추가 퇴직위로금 2000만원을 제시했다. 이후 희망퇴직 대상을 전체 사업부로 확대, 기본 퇴직위로금을 상향하고 추가 위로금 조건을 연차에 따라 최대 1억2000만원까지 지급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MSD의 희망퇴직은 지난 7월20일 종료됐다. 한국MSD는 마무리된 희망퇴직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MSD 관계자는 "이번 조직 재편은 회사한테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관련 법령 준수 아래 계속해서 회사의 현황을 노조에 설명하고 성실히 협의했다"고 말했다.
잇단 해고, 희망퇴직 이면엔 글로벌 차원 구조조정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법인은 한국MSD뿐만이 아니다. 전국제약바이오노조(NPU)에 따르면 가입사 기준 2019년 30명이던 글로벌 제약사의 희망퇴직자는 2022년 161명으로 3년 새 5배 이상 불었다. 2022년에만 ▲한국 노바티스(59명) ▲한국얀센(34명) ▲사노피 아벤티스(30명) ▲바이엘코리아(20명) ▲한국화이자제약(18명) 등 5개 법인이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올 1월엔 한국BMS가 희망퇴직을 통해 12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한국MSD가 목표한 희망퇴직 인원 100여명을 채웠다면 올해 희망퇴직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글로벌 제약사 한국법인의 희망퇴직이 빈번해진 것은 여러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선 글로벌 본사가 내세운 '체질개선' 탓이 크다. 수익이 저조한 의약품 사업을 쪼개거나 잘나가는 사업부와 통합시켜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노바티스, 사노피, GSK의 조직 개편과 비핵심 사업부의 분사가 대표적이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5월 항암 사업부와 전문약 사업부 통합을 결정했다. 같은 해 사노피는 일반약 사업을 진행하던 컨슈머헬스케어 사업부를 분사해 오펠라헬스케어에 매각했고 GSK는 GSK컨슈머헬스케어를 분사시켜 헤일리온으로 재출범했다. 그 사이 대규모 인원이 정리해고 명단에 올랐고 한국법인 역시 피해가지 못했다.
한국법인이 직원 수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갖지 못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한국법인의 경우 매년 연말에 다음 해 목표 매출 계획을 글로벌 본사에 보고한다. 이때 본사에서 인당 매출액이 다른 해외법인보다 적을 경우 해고를 지시한다는 것이다. 강승국 NPU 사무국장은 "국내에서 경영상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도 "다만 미국 등 해외의 경우 경영상 해고가 쉬운 만큼 글로벌 제약사 본사와의 인식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면 영업이 비대면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희망퇴직을 부추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온라인 세미나 등 비대면 영업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영업직원들이 정리해고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강 사무국장은 "대부분 희망퇴직을 영업직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제약 영업직은 현재 추세에서 추가 이직이 어렵고 결국은 개인이나 가정의 생존권 문제와 맞닿게 된다"고 말했다.
실적은 고공행진인데… 높은 원가율과 법인세 꼼수
글로벌 제약사들이 본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도를 역이용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화이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3조2254억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9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01억원으로 102% 급증했다. 해외법인을 포함한 국내 업계서 가장 많은 매출을 냈다.희망퇴직을 진행한 다른 법인의 판매 실적도 늘어났다. 한국노바티스의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084억원, 45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1.8%, 36.3% 증가한 수치다. 한국MSD는 매출액이 820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1.4%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6억원으로 50.7% 줄었다.
이들 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한국화이자 3.7% ▲한국노바티스 0.7% ▲한국MSD 3.5% 등으로 실적과 대조적이다. 본사 영업이익률이 20~35%인 점을 감안하면 유독 한국법인의 영업이익률은 낮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매출 원가를 지목했다.
한국법인의 수익은 대부분 본사에서 완제 의약품을 들여와 한국에서 판매하면서 발생한다. 한국에 의약품 생산 공장을 짓지 않은 탓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법인의 이익을 높이려면 싼값에 들여와야 하는데 글로벌 제약사들은 반대로 비싼 값으로 들여온 것. 실제로 지난해 한국법인의 매출 원가율은 ▲한국화이자 92.3% ▲한국노바티스 76.8% ▲한국MSD 82.9% 등이었다.
한국법인의 매출 원가율이 높은 이유는 본사의 이익 귀속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법인의 이익이 줄어드는 대신 법인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기업이 낸 이익 범위에 따라 약 9~24%의 법인세가 부과된다. 실제 한국화이자의 2022년 425억원 수준이다. 한국화이자와 비슷한 3조원의 매출을 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법인세는 2110억원이었다.
글로벌 제약사 전직 관계자는 "의약품 가격이나 서비스의 원가를 높게 책정(높은 원가율)하는 것은 (본사 차원에서) 배당보다도 더 높은 이익 효과를 가져온다"며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 대부분이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