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가 반쪽짜리 축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텔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수돗가에서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 /사진=뉴스1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잼버리)가 반쪽짜리 축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주요 참가국들이 잇따라 철수하며 5000여명의 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야영지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존 일정대로 잼버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6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늘 스카우트잼버리 대표단 회의 결과 잼버리는 원래 계획대로 8월 12일까지 진행된다"며 "퇴영 국가에 대해서는 교통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열린 대표단 회의에선 새만금 잼버리를 지속할지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조직위는 행사 진행, 중단, 축소 등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테일 코베라 아태지역의장(필리핀스카우트연맹 총재)과 하마드 알라야(사우디 의장), 마리나 로스틴(아르헨티나 의장) 등은 프레스센터를 찾아 잼버리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시에 "한국이 잼버리를 잘 운영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반면 지난 4일 영국에 이어 5일 오전 미국과 싱가포르는 퇴영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영국은 4400여 명, 미국은 1200여 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로 돼 있었다. 전날 0시 기준 참가 인원이 3만9304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15%가량이 퇴소를 결정한 셈이다.

정부와 조직위는 잼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끝까지 모든 역량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미비한 준비 과정은 이미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이번 잼버리는 개막 초기부터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속출과 비위생적인 화장실과 탈의실, 부실한 식사 메뉴 등 문제점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특히 폭염은 새만금이 '2023 세계잼버리' 개최지로 결정되기 전부터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6년 '2023 세계잼버리 타당성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새만금 잼버리의 주요 약점으로 8월에 최고 36도까지 올라가는 고온과 태풍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에도 폭염에 대한 경고는 계속됐다.

2015년 새만금 지역과 비슷한 간척지에서 열렸던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야마구치 잼버리에서는 전체 3만3000여 명 중 3248명이 열사병과 탈수, 화상 증세를 호소했었다. 지난 정부부터 국비와 지방비 등 총사업비 1082억원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준비 상황 미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소관 부처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장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세 부처가 맡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이후 여가부는 현장에서의 최종 판단은 조직위의 몫이라는 태도를 취했고, 행안부는 안전과 인파 사고 대응을 주로 책임진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애초에 각 부처 장관과 국회의원 등으로 조직위를 구성해 현장성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전북도는 잼버리를 유치할 당시 1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미숙한 운영으로 되레 '생존 게임'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영국 스카우트연맹 회원들은 더위로 인해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었고, 특별한 식이요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해당 음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는 더위에 지친 백골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 등 새만금 잼버리를 조롱하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영국이 철수 결정을 내린 직후 성명서를 통해 "주최 측과 대한민국 정부는 재정 및 인적자원을 추가 동원하고,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지속해서 지켜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