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달 말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다. 한경협의 지휘봉은 류진 풍산 회장이 잡았다. 류 회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고 한경협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바로세워야할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변경하고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한경협은 1961년 전경련 설립 당시 사용했던 명칭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이날 총회에서는 새 회장으로 류진 풍산 회장을 추대할 예정이다. 류 회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고 있다.
류 회장은 미국 내 네트워크가 풍부하다. 미국 공화당 민주당 유력 인사와 두루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류찬우 회장 때부터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일가와 인연이 깊다. 이 같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역대 여러 정권을 거치는 동안 한국과 미국의 가교 역할에 앞장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4대그룹 총수들과도 친분이 깊어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경련 관계자는 류 회장에 대해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험,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한 분으로 새롭게 태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명실상부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줄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류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한경협의 수장으로서 단체의 신뢰를 되찾고 원조 재계 맏형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경유착 단체'라는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 전경련은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모금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비자금 제공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한나라당 대선 자금 차떼기 사건 등 수차례 부정 사건에 연루됐다.
2016년엔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는 K스포츠와 미르재단을 위한 기업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 정경유착의 몸통으로 낙인찍혔고 국민적인 지탄을 받으며 재계 맏형의 자리를 대한상공회의소에 내줬다. 따라서 한경협으로의 새 출발과 함께 '국민에게 다시 사랑받는 단체'로의 재도약을 추진하는 전경련이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선 정경유착의 꼬리표를 떼어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전경련은 윤리경영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윤리경영위원회는 협회의 윤리적 경영 현황을 심의하는 협의체로 일정 금액 이상 소요되는 대외사업 등을 점검하고 논의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회는 비기업인 중심으로 운영돼 회장과 사무국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하는 내용을 담은 윤리헌장도 마련한다. 재계에서는 22일 임시총회에서 류 회장의 선출과 함께 윤리헌장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는데 얼마나 강력한 의지가 담기느냐에 따라 4대그룹의 복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현대차, SK, LG는 국정농단 사태를 당시 전경련을 탈퇴했으며 최근 전경련의 쇄신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복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시는 부정한 정경유착 사건에 연루되지 않도록 투명한 협회 운영 기준을 만드는 게 한경협 쇄신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