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주거안정과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에 힘을 주고 있다. 적어도 이 분야에선 중앙 정부(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보다 한 발 앞선 듯 보인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란 토지는 공공기관인 SH가 소유하고 주거용 건물은 분양하는 방식이다. 통상 집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를 장기 임대로 공급함으로써 분양 계약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만큼 싼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계약자가 내야하는 토지 임대료는 서울시내 왠만한 월세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이어서 부담도 크지 않은 수준이란 게 SH공사의 설명이다. 실제 SH가 최근 공급한 고덕강일3단지 49㎡(이하 전용면적)의 토지 임대료는 월 35만원이다. 마곡지구10-2의 경우 59㎡ 기준 추정 건물분양가는 3억1119만원이며 추정 토지 임대료는 월 69만7600원이다. 월 70만원에 가까운 토지 임대료가 발생함에도 일반공급은 52가구 모집에 6923명이 몰려 경쟁률 133.1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값을 내세우며 장점만을 부각시켰던 토지임대부 주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해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결국 건물만 분양받고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공공이 갖는 구조인데 이를 '반값 아파트'라고 홍보하며 청약자들을 모집하는 게 타당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결국 반전세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도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라고 환영하는 쪽도 있지만 토지 소유권이 없어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고 추후 재건축 등의 재산권 행사는 제한될 가능성이 큰 임대아파트라는 것이다. 실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용산구 서부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는 1970년에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된 단지로 1996년 재난위험 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조합 설립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토지소유권은 서울시에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땅을 통매입해야만 재건축 절차가 진행된다.
역시 재건축을 추진해 온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시범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이 서울시로부터 아파트 토지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왔다. 하지만 단지 내 일부 토지가 국공유지인 것이 밝혀지면서 서울시가 재건축사업 구역 편입 불가 결정을 내리며 '토지 매입 불가' 처분을 알렸다. 이에 한남시범단지는 조합이 설립됐음에도 현재까지 해당 토지로 인해 사업이 중단됐다.
현행 토지임대부 주택은 관련 법령에 따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공급 주체인 공공기관에 팔아야 한다. 이때 공공기관의 환매 가격은 통상 분양가 수준이어서 사실상 차익은 기대할 수 없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재테크 수단이라기 보다 싼값에 안정적으로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공급주체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