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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인하했다. 1%대로 내려온 물가 상승률과 미국의 '빅컷'(0.5%포인트) 인하로 금리 운용에 숨통이 트이자 내수 부진을 두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를 내렸다. 한은의 금리 인하는 2020년 5월 0.25%포인트 내린 이후 4년 5개월 만 처음이다. 2021년 8월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이후 3년2개월 간 끌고 온 긴축 기조를 마무리했다.
한은이 긴축 기조에 마침표를 찍은 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어 미국의 빅컷과 추가 금리 인하 시사로 우리나라도 고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수 부양을 통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번 금리 인하에도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고 언급하며 스스로 '매파적 인하'로 규정했다. 향후 인하 속도에 대해선 집값과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던 가계부채와 집값에 대해선 안정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주택담보대출은 2개월에서 3개월 전 주택 거래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9월 아파트 거래량이 7월의 2분의 1 수준이며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도 8월의 3분의 1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 안정은)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와 공급 정책 이후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일단 금리를 소폭 내린 후 가계부채와 금융 부동산 가격에 주는 영향 등을 보고자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다른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내 금리 전망이 궁금하다.
▶저(이 총재)를 제외한 여섯 분 중 다섯 분은 3개월 후에도 3.25%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단 견해를 나타내신 반면 한 분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선 다섯 분은 이번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 부채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이었다. 미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하므로 향후 경제 여건을 점검하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한 분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으며 필요 시 정부가 추가 조치를 시행할 의사도 밝힌 만큼 내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
-지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내수가 크게 부진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이 무엇인가.
▶금리를 낮추게 된 가장 큰 배경은 (금리를) 3.50%까지 올렸을 땐 인플레이션이 6%까지 올라가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를 한동안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길 기대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2% 이하로 떨어진 입장에서 보면 실질금리가 상당히 높고, 긴축적인 수준에 있다. 내수가 회복 중이라 하더라도 잠재 성장률보다 낮고, 경제 성장률 자체도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므로 불필요하게 기준금리를 오랫동안 긴축적인 수준으로 갈 이유는 없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진 이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긴축 수준을 유지해 갈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금리 인하 실기론이 나온다.
▶실기를 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건 내수와 금융 안정을 함께 고려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저희는 금융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평가가 어려울 것이고, 1년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의 경기 상황과 금융 안정을 보고 평가하면 좋겠다. 또 '금리를 8월에 인하하지 않은 것이 실패한 것 아니냐'고 질문하는 분이 있다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음에도 가계대출이 10조 원 가까이 늘었는데, 이를 예상하셨는지 역으로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이번 금리 인하가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는지.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늘지 않겠냐 하는 건 큰 걱정이다. 다만 금리 인하가 당연히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가계부채를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금리 인하만 가지고 이를 잡을 순 없다. 정책 공조를 통해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금리 인하 속도를 어떻게 하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총재 취임 이후 이른바 '영끌족'에 대한 경고를 여러 차례 했다. 이런 생각에 여전히 변함없나.
▶부동산 가격을 예측해서 투기에 대한 경고를 한 건 아니다. 이자율이 예전처럼 0.5%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아주 작기 때문에, 빌려서 투자할 경우 비용이 작을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 이상 올라가고 금리도 5%포인트 이상 올렸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때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를 것도 당연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이 6% 수준에 머물렀고, 금리는 3%포인트 정도 올렸다. '해외에서 0.5%포인트씩 떨어지니까 우리도 이제 0.5%포인트씩 떨어지겠구나, 그러니 돈 빌려도 문제없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경고를 드렸다.
-한은의 설립 목적 중 하나가 금융 안정인데, 이러한 책무를 정부에 떠넘겼단 비판도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금리는 가계부채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와 함께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를 하고 있고, 또 공조가 굉장히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떠넘길 수도 없는 것이고, 정부의 여러 규제 정책이라든지 공급 정책과 저희의 금리 정책 간 공조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떠넘긴다는 표현 자체가 정부와 저희를 싸우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정부와 사이가 굉장히 좋다. 공조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부동산 문제 해법으로 여러 중장기 과제를 제시했다. 사실 구조개혁은 긴 시간이 드는데, 통화정책방향문에는 수도권 주택 가격이 둔화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것 아닌가.
▶계속 얘기하지만 부동산 가격 문제는 금리와 거시건전성 정책만 가지고 해결하긴 어렵다. 특히 수도권, 서울 지역의 부동산은 교육 문제도 있고 굉장히 복합적이다. 부동산 가격 자체에도 신경을 쓰지만 단기적으로 정책 목표만 본다고 하면 가계부채를 잘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금리 인하가 이론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영향이 크지 않도록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면서 정부와 정책 공조를 할 예정이다.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WGBI 편입과 관련해 굉장히 감개무량하게 생각하는 건 구조조정이란 게 어렵지만, 이를 달성하면 얼마나 좋은 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사실 단기 정책을 통한 외국인 투자자 유치나 IR(기업 활동)을 통한 채권 발행은 효과가 굉장히 단기적이다. 또 (국내 기관의) 디폴트 리스크가 굉장히 줄어드는 의미가 있고, 통화 정책 측면에선 변동 환율제를 좀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책 금융이 가계부채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이 논의는 시기를 구분해서 봐야 될 것 같다. 정책 금융이 늘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커진 건 지난해 말이다. 당시에는 전체 가계대출의 70% 정도가 정책 금융으로 나갔다. 은행들이 수동적으로 가계대출을 해줘야 하는 그런 수준이었다. 그래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지나 30% 미만이 정책 금융에 의한 가계대출이다. 또 이제는 은행 스스로 위험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에 비해 많은 돈을 빌려줘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중장기적으로는 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추가 금리 인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당연히 물가다. 그다음이 금융 안정이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보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론 우리가 예상하는 성장률이 유지될 지 등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