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의 스킨케어 브랜드 메디큐브가 국내 인디 뷰티 브랜드 최초로 '조 단위 매출' 반열에 올랐다.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의 결합으로 독보적인 뷰티테크 생태계를 구축해 대기업 중심이던 K뷰티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에이피알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뷰티 부문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18.2% 증가한 1조771억원, 뷰티 디바이스 부문은 131.2% 늘어난 4070억원을 기록했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의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매출 1조5273억원, 영업이익 3654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주력 브랜드 메디큐브는 단일 브랜드로만 1조484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6511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성과로 인디 브랜드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사례다. 신재하 에이피알 부사장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K뷰티 단일 브랜드 중 최대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디바이스에 화장품 더해… '뷰티테크 생태계' 통했다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을 결합한 뷰티테크 사업 구조가 메디큐브의 성장세를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디큐브 에이지알 디바이스가 글로벌 누적 판매량 600만대를 돌파하면서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접점이 고기능성 스킨케어 제품 판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화장품·뷰티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점을 두고 기기 보급이 화장품 소비를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이는 제품 경쟁력과 맞물려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에서 1위를 차지한 '제로 모공 패드'를 비롯해 10위권 내 4종, 50위권 내 7종의 제품을 올리며 베스트셀러 카테고리 확장에 성공했다. 울타 뷰티 입점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22%에서 37%로 확대됐다.
브랜드 인지도 확산이 실질적인 수요와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에이피알의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269.7% 증가했고 일본 매출도 289.3% 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화권은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매출 증가세를 이어갔고, 기타 지역 역시 신규 시장 확장을 바탕으로 성장 폭을 키웠다. 2024년 57%였던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80%까지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메디큐브가 대기업 산하 브랜드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연 매출 1조원의 벽을 넘으면서 에이피알이 K뷰티 시장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에이피알이 올해 매출 2조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브랜드의 자본력과 유통망에 의존하던 기존 K뷰티 시장의 경쟁 방식이 제품의 실질적 효능과 글로벌 대응력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기술력을 갖춘 전문 브랜드가 대기업 중심의 시장 구조를 흔드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이피알은 올해도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확장 전략을 지속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글로벌 트렌드와 수요에 맞춘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채널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주력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