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길 해진공 사장/사진=해진공

HMM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지분 단독 매각' 방침을 밝힘에 따라 2대 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4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보유 중인 HMM 지분 35.4%(3억3400만주)를 단독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7월 해진공 지분(35% 내외)과 묶어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이려 시도했던 '통매각'이 하림·JKL 컨소시엄과의 협상 결렬로 무산된 이후 나온 새로운 전략이다. 박상진 산은 회장은 "HMM의 조기 민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분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산은 측은 해진공 지분과 별개로 산은 지분만이라도 팔아 민영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산은의 '독자 행동'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진공의 입지가 애매해졌다는 점이다. 산은이 지분을 털고 나갈 경우 해진공은 사실상 유일한 공공기관 대주주로 남게 된다. 하지만 해진공은 HMM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민영화 이후 공사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안병길 사장의 리더십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운업계는 안 사장이 정부의 해운·물류 정책과 HMM의 중장기 전략을 연결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HMM 본사 이전이나 지배구조 문제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해진공이 최근 발표한 '2026년 3대 핵심 사업' 계획에는 친환경 선박 지원 등 1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책만 담겼을 뿐 'HMM 부산 이전'과 '지분 처리 계획'은 빠져 있어 "알맹이 없는 계획"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안 사장의 '존재감 상실' 배경에는 현 '이재명 정부'와의 불편한 정치적 역학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 사장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으로 2024년 10월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정부 여당 내에서는 "국정 철학을 공유하지 못해 정책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비토론이 거세다.

산은의 독자 매각 추진은 안 사장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산은 지분이 민간에 넘어가게 되면 남은 해진공 지분의 처리 방향이 HMM의 완전한 민영화와 부산 본사 안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진공이 단순한 정책 집행기관을 넘어 해운산업 전략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수장의 명확한 비전 제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HMM 지분 처리 문제는 정치·산업·노동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인 만큼 안 사장이 남은 임기 동안 정부 부처나 산은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부산 시민단체 관계자는 "2026년 사업 계획이 아무리 화려해도 HMM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안 사장의 평가는 낙제점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안병길 사장이 HMM 민영화와 본사 부산 이전 문제를 어떻게 풀 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