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안건 미상정과 한 번의 정례회의 연기 끝에 조각투자 전용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예비인가 사업자가 선정됐다.
다만 총점 2위를 한 KDX(한국거래소) 컨소시엄은 바로 금융위 심사 문턱을 넘은 반면 1위를 한 NXT(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따른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NXT 컨소시엄은 루센트블록이 제기한 기술탈취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조사가 개시될 경우 인가절차가 중단(본인가 심사중단)된다.
이날 금융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 안건을 의결했다.
앞선 두 번의 정례회의에선 안건에도 오르지 못했고 한 차례 정례회의가 연기되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지만 이날 의결을 통해 막혔던 시장 활성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발행시장·유통시장 분리 원칙 강조"
조각투자는 음원·부동산·항공기엔진 등 기초자산을 쪼개 소액·분산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2017년 뮤직카우의 음원 조각투자 사업을 시작으로 '금융혁신법'에 따라 2019~2024년 중 총 6개 사업자가 조각투자 관련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지정받았다.조각투자 상품은 법적 형식이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이므로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유통채널을 운영하려면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 인가 및 거래소 허가 등을 받아야 하지만 샌드박스를 통해 이러한 규제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시범사업을 허용했다.
조각투자 샌드박스는 '인가' 등에 대한 특례가 부여돼 운영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및 자본시장 질서가 훼손되지 않도록 관련 원칙도 정립했다.
2022년 4월28일 금융위는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혁신성 ▲필요성이 특별히 인정될 것 ▲투자자 보호체계를 충분히 갖출 것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분리할 것 등 샌드박스 원칙을 설명했다.
이 가운데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분리할 것' 원칙은 발행 사업자와 장외거래소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본인이 발행하거나 중개한 증권의 우대' 등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원칙의 일환으로 가이드라인에서는 조각투자 샌드박스에서 유통채널 운영은 샌드박스 기간 중 '예외적·한시적'이라는 점이 명시됐다.
이에 따라 6개 조각투자 샌드박스 사업자에게는 자신이 발행한 조각투자 증권에 한해(예외적), 샌드박스 기간에만(한시적) 유통채널의 운영이 허용됐다.
이번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는 샌드박스 사업자에게 허용된 '예외적·한시적' 영업이 아니라 '다양한 조각투자 증권이 거래될 수 있는 유통시장'으로 전면 확대·개편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18일 공개 인가설명회를 개최해 신규인가 운영방안, 예비인가 심사시 주요 평가항목 및 배점 등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31일까지 인가신청을 접수받았으며 최종 3개사가 인가를 신청했다.
금융위·금감원은 인가 심사 시 조각투자 샌드박스 사업자의 혁신노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샌드박스 사업자의 의견을 수렴해 3가지 스타트업 우대 조치를 적용했다.
우선 자기자본 심사시 벤처펀드 투자금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했다. 샌드박스 사업자에 대해 최대 50점의 가점(컨소시엄 구성·중소기업특화 증권사 참여·신속한 서비스 개시 역량)을 부여했다.
각 최대 50점, 인가심사 만점은 1000점이며 이 가운데 신속한 서비스 역량의 경우 조각투자 유통채널 운영경험이 있는 샌드박스 사업자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거나 직접 인가를 신청하는 경우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지막은 3개 가점 중 '컨소시엄 가점을 기존 스타트업 법인 자체에도 인정'하는 것이다.
1등은 울고 2등은 웃게 된 심사 결과
금감원은 이 같은 심사기준을 기반으로 전원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를 통해 지난래 12월3일과 5일에 평가를 실시했다.외부평가위원회 평가점수는 ▲NXT컨소시엄 750점 1위 ▲KDX 725점 2위 ▲루센트블록 653점 3위다.
두 곳을 선정하겠다는 당초 방침에 따라 3위 루센트블록은 탈락했다. 3위 루센트블록은 NXT컨소시엄과는 97점, KDX와는 72점 차이가 났으며 주요 점수 차이는 자기자본, 사업계획, 이해상충 방지체계 요건에서 발생했다.
금융위는 "루센트블록의 경우 자기자본이 타사 대비 현저히 낮고 출자금 조달방안 및 비상자금 조달계획의 실현가능성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판단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예비인가를 받은 NXT컨소시엄과 KDX는 6개월 이내에 예비인가와 내용 및 조건을 이행한 뒤 본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본인가가 최종 승인되면 영업을 개시하게 된다.
금융위 외부평가위원회 평가에서 NXT컨소시엄은 750점을 차지해 1위를 했다. 한국거래소 컨소시엄은 725점으로 2위, 루센트블록은 653점을 받아 탈락했다.
NXT컨소시엄은 총점 1위에도 조건부 통과로 웃지 못했다. 루센트블록 등이 제기한 NXT컨소시엄의 기술탈취 이슈에 대해서 외부평가위원회가 의견을 수렴해서다.
외부평가위원회는 "발표 및 질의응답에서 확인된 사항에 따르면 NXT의 기술탈취 관련 이슈는 평가 요소에 반영할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현재까지 형사 고소·고발이 진행된 바 없고 진술된 내용에 따르면 업무 협력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기술 탈취 등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정위의 행정조사가 시작되면 인가 절차가 중단되는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내려져 앞으로 공정위 판단이 변수로 남게 됐다.
신범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토큰증권협의회장은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예비인가 발표에 대해 "토큰증권 관련 법안 통과에 이어 유통 인프라 사업자 예비인가까지 이뤄지면서 토큰증권 시장이 제도 논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실행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신 회장은 "유통 인프라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대형 금융기관과 우량 자산 보유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며 "금융위가 토큰증권을 중소·벤처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추진해왔고 정부 역시 코스닥 3000 시대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한 만큼 이번 예비인가는 정책 의지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만약 공정위가 NXT 컨소시엄에 대한 기술탈취 관련 행정조사에 착수해 심사중단 기간이 장기화되거나 결격사유가 확정되면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에 대한 인가정책을 재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사재개 여부에 대한 심사가 6개월마다 이루어지므로 심사재개 여부 의결 시 이를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