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돼지열병과 조류독감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귀성객이 대거 이동하는 이번 연휴가 바이러스 확산의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전남·전북·경남에서 역대 처음 발생하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퍼졌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도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두 가축 전염병이 동시에 확산되는 상황에서 방역 당국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귀성길 이동이 바이러스를 전국으로 실어 나르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건 꼭 동물만이 아니다. 사람의 신발이나 옷에 묻은 오염원이 축산 농장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에서 성묘를 하거나 강변에서 낚시·산책을 즐긴 뒤 곧바로 축산 농장을 찾으면 멧돼지 서식지나 철새 도래지에서 묻어온 바이러스가 옮겨질 수 있다. 당국이 야외 활동 후 농장 방문을 삼가달라고 거듭 당부하는 이유다. 불가피하게 방문해야 한다면 소독과 방역복 착용은 기본이고, 사육시설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야생동물을 통한 전파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13일까지 경기 포천, 강원 화천·원주, 충북 충주 등지에서 야생동물 ASF 항원이 113건 검출됐고, 같은 기간 철새와 야생조류에서는 고병원성 AI가 51건 확인됐다. 들판이나 하천 주변에서 야생동물 폐사체를 발견하더라도 절대 손대지 말고 곧바로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축산물도 경계 대상이다. 당국이 최근 전국 외국식료품판매업소 53곳을 단속한 결과 한 곳에서 신고하지 않은 축산물 4개 품목이 적발됐는데, 이 중 3개 품목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 올해 ASF가 발생한 농장 10곳 중 8곳에서 멧돼지 유래와 다른 유전형의 바이러스가 나온 점을 고려하면, 불법 반입 축산물이 농장 감염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베트남·중국·몽골·태국·캄보디아·네팔 등은 위험 노선으로 지정돼 있어 이들 나라에서 들어오는 축산물은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 없이 반입하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농장 내 불법 축산물 보관이나 택배 수령도 금지돼 있어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연휴 기간 내내 24시간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한다. 농식품부는 축산농가에는 의심 증상이 생기면 즉시 신고해 줄 것을, 귀성객에게는 철새 도래지와 축산 농장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