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석화 업계 구조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의 지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을 3D 프린터로 만든 모형의 모습. /사진=로이터

대산 1호 프로젝트 승인과 정부 지원 패키지 가동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던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와 물류비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종재편안 조율에서 석화 기업 간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고문인 이브라힘 자바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혁명수비대와 정규 해군이 불태울 것"이라며 봉쇄를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전체 70%에 달하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협 봉쇄는 국제 유가 상승은 물론 한국의 원유 수급 차질과 운임비 상승 등을 야기해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은 단순 설비 감축을 넘어 생산·공급 구조 재편 작업인 만큼 관련 업계 구조조정도 지연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석화 기업들은 정유 기업들이 원유를 가공해 판매하는 나프타를 NCC(나프타분해설비)에 투입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원유·나프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 기업들은 손익 구조를 재점검할 수밖에 없다. 에틸렌 공급가격 산정 방식과 계약 조건 등을 신중히 조율하며 최종재편안 도출이 늦어질 수 있다.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 상승 우려에 재고 자산 평가 금액도 다시 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여천NCC 모회사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도 에틸렌 공급가격 산정 방식과 계약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여 협상이 지연된 바 있다.


해상운임비 조율도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운임비가 최대 80%까지 상승하고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합작사 간 운임비 분담 구조를 재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논의가 길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동되거나 물류비가 인상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장의 기업결합 최종재편안 마련 일정이 변경되진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장기화되면 계약 조건 등 재조정 논의가 필요해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