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024년 3월 취임 이후 2년에 걸쳐 추진해 온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압도적인 가격으로 고객을 모으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통해 발길을 묶어두면서 실적 반등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마트는 고객 가치에 초점을 맞춘 혁신으로 성장 흐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32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84.8% 증가한 수치다. 2023년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수익 지표는 정 회장 체제에서 흑자 구조로 돌아섰다. 정 회장 취임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년 연속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핵심 사업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할인점 실적도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이마트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771억원으로 2023년(1880억원) 대비 47.4% 증가했다. 매출은 2023년 16조5500억원에서 2024년 16조9673억원, 지난해 17조966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9.9% 오른 1293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도 지난해 각각 872억원, 26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가격으로 부르고 경험으로 잡는다
실적 반등의 배경에는 정 회장의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자리한다. 가격과 공간을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매장의 집객력을 높이고 체류 시간을 늘리며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핵심 가치를 다시금 일깨웠다는 분석이다.
전략의 핵심은 '가격 혁명'이다. 정 회장 취임 이후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이 더 저렴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객들을 매장으로 모으기 위해 가격 문턱을 낮췄다. 이마트와 에브리데이의 통합 매입 체계를 구축, 원가를 절감하고 이를 다시 가격에 투자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대규모 할인 행사인 '고래잇 페스타'다. 지난해 2300만명의 고객이 참여했으며 행사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1% 증가했다. 초저가 브랜드 '5K 프라이스'와 편집숍 '와우샵' 론칭,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신규 출점도 같은 맥락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인 뒤에는 공간 혁신을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 뒤따랐다. 스타필드마켓은 이러한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마트의 그로서리 경쟁력과 스타필드의 체류·경험형 공간 DNA를 결합한 모델로 장보기를 단순한 구매가 아닌 휴식과 체험의 시간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4년 8월 리뉴얼 오픈한 1호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8.4% 늘었다. 지난해 리뉴얼을 진행한 일산점·동탄점·경산점의 매출도 재개장 이후 각각 74.0%, 16.5%, 19.3% 신장했다.
가격과 공간을 핵심으로 한 이마트의 성장 전략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까지 고래잇 페스타를 통해 봄 제철 먹거리와 주류, 가전 등 인기 품목을 최대 50% 특가로 선보이며 매장 곳곳에서 '오픈런'이 이어졌다. 오는 11일까지 생필품 13종을 선정해 10년 전 가격을 적용하는 2주차 행사를 이어간다. 이와 함께 양재점·은평점·검단점 등 7개 점포의 리뉴얼을 추진할 계획이다. 점포 특성에 따라 '몰타입' 전환과 스타필드마켓 전환 등 2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시 성장하는 해"…현장 경영 강화
정 회장은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다시 성장하는 해"로 정의하며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추진해 온 전략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다. 성장의 지향점으로 '고객'을 지목한 정 회장은 "1등 기업에 맞는 '톱(Top)의 본성'을 회복하고 시장의 룰을 새로 세울 수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의 의지는 올해 들어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현장 경영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정 회장은 지난 1월6일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방문을 시작으로 16일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2월9일 트레이더스 구월점을 차례로 찾았다. 공간 혁신과 가성비 전략이 적용된 현장을 직접 점검하면서 실행력을 높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세 차례의 현장 경영에서 일제히 고객 중심과 혁신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가격과 공간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력을 키우는 정 회장의 전략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시장에서 주도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2026년은 본업 경쟁력 고도화를 통해 시장 지배력과 수익 구조를 동시에 강화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통합 매입 기반의 가격 경쟁력과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