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1일 서울에서 열릴 방탄소년단의 컴백 쇼가 벌써부터 화제다. 특설무대가 설치되는 광화문 일대에 약 26만 명이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시간짜리 공연의 연출자는 영국인 해미시 해밀턴 감독. 매년 지상 최대의 쇼로 꼽히는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지휘한 인물이다. 이 메가톤급 컴백 쇼는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생중계된다고 한다.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들 중 상당수는 경복궁, 덕수궁, 숭례문이 현대적 빌딩과 어우러진 이율배반적 스카이라인에 매혹된다고 한다. 심장을 울리는 방탄소년단의 비트, 랩, 노래…. 이것이 강렬한 퍼포먼스와 무대 연출을 만나며, 더욱이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서울의 랜드마크에서 펼쳐지리라는 데서 이번 쇼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서울 관광에 대한 잠재적 홍보 효과가 막대하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안전이나 시민 불편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공연은 한 시간짜리이지만 종일 교통 통제가 불가피해 보인다. 통제가 촉발할 토요일 저녁 서울 한복판의 혼잡, 안전관리에 투입될 사회적·경제적 비용은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일 수 있다. 공연 시작 전후 흥분한 인파가 한번에 쏠릴 때의 위험성도 제기된다.
만에 하나 현장 관리에 실패한다면 이런 의문도 나올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국위선양의 아이콘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사기업이 진행하는 앨범 발매 기념 행사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리스크를 '우리 모두'가 떠안는 게 맞냐는 이야기다. 이는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만큼 이 행사가 충분한 '공공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시청권 이야기도 불거질 수 있다. 방탄소년단 컴백 쇼는 넷플릭스가 독점으로 중계하는 행사다. 넷플릭스와 하이브는, 190개국 3억 명이 가입된 네트워크에 뿌려지므로 서울 홍보 효과가 충분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넷플릭스 가입자 중 절대다수가 이 콘텐츠를 선택해 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도심 혼잡과 안전 리스크는 대한민국이 오롯이 지불할 사회적 비용이지만 정작 그 주체인 국민 중 다수는 이 국가적 쇼를 지켜볼 수 없다. 넷플릭스 가입자만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을 상회한다는 통계도 있지만 우리 인구의 약 20% 수준이다. 최근 막 내린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경우, 독점 중계를 한 JTBC가 95%의 가시청 가구를 확보함에도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인 바 있다.
올림픽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진정한 스포츠 강국은 메달의 색이나 수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소수 엘리트의 성과보다 전 국민이 일상에서 향유하는 건강한 '생활 스포츠'의 수준이 높아야 진짜 체육 강국이다. '태릉 스포츠'가 일각에서 구시대의 유물처럼 취급받는 건 그 때문이다.
문화도 비슷하다. 문화의 요체는 이기는 것, 셈 세는 것, 버는 것 따위에 있지 않다. 문화의 본질은 꽃피우는 것, 편안한 것, 다양한 것, 그리고 무엇보다 더불어 함께 즐기는 것에 있다. 한 나라의 문화는 우상향 그래프로 '그려지는' 게 아니다. 다채로운 색으로 '칠해가는' 것이다. 어쩌면 '대한민국->BTS->국위선양->BTS->세계인의 관심과 막대한 홍보 효과'라는 흐름도는 자칫 '도식화된 환상'에 머물 수도 있다.
설사 '국가 홍보를 위한 모든 일=절대 선(善)'이란 명제가 참이라 가정한다 해도 할 일은 남는다. 차제에 이런 행사를 둘러싼 여러 요소에 대한 치밀한 과학적 접근과 논리적 연구가 수반됐으면 한다. '190개국의 3억 명이 시청할 수 있었다'든지 'BTS 앨범이 몇백만 장 팔려 또 자랑스러운 빌보드 정상에 올랐다' 등의 숫자와 보도자료 이면에 있는 것. 그 인과와 득실 관계를 여러 관점에서 한 번쯤 따져봐야 한다. '세계적'이란 수식어, '세계인 열광…'의 정신 승리만으로 배부르던 '문화적 곤궁기'는 진작에 지나왔다. 진정한 문화 강국, 사회 강국으로 가려면 이제 그 너머를 봐야 한다.
부디 이번 'BTS 2026 컴백쇼 서울'이 안전사고 하나 없이 시민 불편이 최소화된 상태로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길 기원한다. 한국의 성숙한 시민 의식, 뛰어난 인파 관리 능력이 쇼의 화려함 못잖게 세계인의 주목을 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