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하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동맹국으로서 연대 의지를 보여주되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합의한 원자력추진잠수함(SSN·핵잠수함) 도입 등의 현안에 대해 외교부와 국방부 등 관련 부처들이 협업할 수 있는 '범정부 컨트롤타워' 필요성도 제기됐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19일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한국이 핵잠수함 현안을 얼마나 일관성 있게 추진할지 지켜볼 것"이라며 "이 사안은 정치적 판단과 외교·안보 전략이 결합해야 하는 만큼 관련 부처 간 긴밀하고 일관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연구위원은 "미국은 한국에 대해 ▲핵잠수함 관련 정보 유출 ▲핵 비확산 문제 ▲한미 연합방위에서의 역할 부재 등 3가지를 우려한다"며 "장관급 회의체로는 협상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이나 최소한 비서실장급 이상의 '범정부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연구위원은 해군사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뒤 한국 국방대 석사와 미국 해군대학원 안전보장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미국 시라큐스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박사 과정 당시 지도교수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인버그 교수였다.
유 연구위원은 해군 출신인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마이클 도넬리 전 주한미해군사령관,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미 상원 관계자 등과도 꾸준히 소통하는 '미국통'이다. 현재 미국 정치·외교·안보 매체에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활발히 기고하고 있다.
다음은 유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은 전장에 개입하기보단 해상교통로 보호 등 확전 방지에 기여해야 한다. 한미동맹 관리 차원에서 미국에 대한 연대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이란과의 직접적 마찰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균형이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상당한 위험이 존재한다. 이란이 드론, 소형 고속정, 무장 보트, 미사일, 기뢰 등을 활용하고 있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군함이어도 좁은 해협의 특성상 기동과 방어에 제약이 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파병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쉽지 않다. 일본은 헌법의 제약과 국내 여론 때문에 직접적인 군사 참여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비전투 분야 기여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미일 동맹의 틀은 유지하되 직접 개입의 부담은 최소화하려는 접근이다. 한국도 일본이 어떤 수준으로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는지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고위험 사안일수록 동맹을 상대로 한 '고도의 외교적 수사' 등이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 현대화를 강조하는 배경은.
▶중국은 지금 제1·2도련선을 넘어 '제3도련선'까지 해양력을 확장하려고 한다. 바다 뿐 아니라 공중과 우주까지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무서운 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영역을 넓혀가는 '기정사실화(Fait Accompli)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주변국은 모르는 사이에 당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중국은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 등 대함미사일 같은 전략자산을 서태평양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중 간 실질적 무력 충돌의 뇌관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태평양 해상에 있다.
-대만 유사시 한반도 안보에 미칠 파장은.
▶절대적이다. 대만에서 분쟁이 터지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다 차출될 수밖에 없고 우리 안보엔 치명적인 전력 공백이 생긴다. 북한은 현존하는 위협이다. 안보 공백이 생기면 북한이 공세적으로 나올 수 있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난다. 중국이 한반도에서 분쟁을 일부러 일으키진 않겠지만 대만 사태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우방인 북한을 철저하게 활용할 수는 있다. 대만 문제는 우리의 생존 문제다.
-한미동맹 현대화, 자주국방 차원에서 핵추진잠수함의 역할은 어떻게 보나.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한국이 핵잠수함 현안을 얼마나 일관성 있게 추진할지 지켜볼 것이다. 핵잠수함은 외교, 국방, 법률, 기술 등이 복합된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다. 외교부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태스크포스(TF)와 국방부의 핵잠수함 TF가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각개전투식 접근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이 쉽지 않다.
-미국 조야에서 한미동맹과 핵잠수함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미국은 한국의 잦은 정권 교체에 따른 국방 기조 변화에 우려를 표한다. 미국은 핵잠수함과 관련해 첫째 정보 유출, 둘째 핵 비확산 문제, 셋째 한미 연합방위에서의 명확한 역할 부재 등 3가지 우려를 안고 있다. 장관급 회의체로는 미국과의 협상이 쉽지 않다. 반드시 대통령 직속, 최소한 비서실장급 이상의 '범정부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
-핵잠수함 관련 미국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나.
▶동맹은 상호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고, 이를 구현할 의지와 능력이 수반돼야 한다. 미국 조야 인사들과 소통하면 그들은 한국이 미국의 국방전략에서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할지 의구심을 갖는다. 우리는 동맹 차원에서 북한 문제만 거론하지만 전 세계 현안을 다루는 미국은 북한 관련 정책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 반면 일본과 호주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미국과 함께 한다. 호주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지만 대중국 견제에 동참한다. 한국이 무조건 앞장서 싸울 필요는 없지만 국제법과 해양질서를 위해 동맹으로서 일정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은 있어야 한다. 미국이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은 핵잠수함 기술을 오커스(AUKUS)를 통해 호주에 내준 것도 신뢰 때문이다.
-핵잠수함 관련 협상이 지지부진한데 군 내부의 구조적 문제는 없나.
▶전 세계적으로 해양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엔 해양안보에 대한 반영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동안 우리의 안보정책은 한반도 중심의 육상 위협 대응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이제는 해양과 공중,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안보 환경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책 결정과 대외 군사협력 분야에서도 보다 균형 잡힌 인적 구성이 중요하다. 특히 해양안보와 연관성이 큰 국가들과의 협력과 소통을 위해서는 해군과 공군 출신 인사들도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 정책의 시야를 밖으로 넓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