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가짜뉴스 규제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첫날 신고된 정치·시사 유튜브 콘텐츠가 국내에서 차단됐다. 방송인 김어준(58)씨의 유튜브 채널 '딴지방송국'에 올라온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영상이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현 매일신문 객원편집위원)에 대한 명예훼손 신고가 받아들여지면서 국내 접속이 제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정치권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2020년 10월9일 게시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134회'는 현재 국내 유튜브에서 재생되지 않는다. 해당 영상에는 '명예훼손 신고로 인해 해당 국가 도메인에서 사용할 수 없는 콘텐츠'라는 안내 문구가 표시된다.
이번에 차단된 영상은 이 전 기자가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첫날인 지난 7일 유튜브에 신고한 콘텐츠 가운데 하나다. 당시 이 전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씨의 발언이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한다며 유튜브에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둘러싼 내용이다. 김씨는 방송에서 이 전 기자가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허위 진술하도록 요구했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 전 기자는 이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해 왔다.
서울북부지법도 지난 14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법 시행 이전에 게시된 콘텐츠에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차단이 이뤄진 것은 '판결 이후에도 계속 유통되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 7일부터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에 허위·조작정보 신고 접수 및 처리 체계와 자율 운영정책 마련을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에 대한 신고가 본격화하면서 플랫폼의 허위조작정보 판단 기준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신고가 유튜브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다음·네이트·메타·엑스(X)·틱톡 등 주요 플랫폼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이들 9개 사업자를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 대상 사업자로 지정한 상태다.
박기웅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가장 큰 과제는 '허위정보를 방치하는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콘텐츠를 과도하게 차단해 이용자와 콘텐츠 유입, 수익성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신고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플랫폼들은 자체적인 심사 기준을 정립하고 과도한 자가검열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콘텐츠 제한이나 삭제에 이르기까지의 판단 과정과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기술적·제도적 보완책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