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마련된 지방선거 개표소에서 체육단체 직원들의 출입을 막은 30대 여성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A씨는 지난달 16일 개표소 봉쇄에 나선 시위대와 체육단체가 내부 진입에 합의한 뒤에도, 혼자서 2시간 동안 문 손잡이를 붙잡고 버텼다. 그 여파로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반출하려던 체육단체의 시도 역시 무산됐다. A씨 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신병 확보가 없어도 수사를 계속하고 재판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속 영장은 기각됐지만 A씨의 행위는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 대목에서 A씨의 범죄 혐의와는 별개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정치적·이념적 논란이 아니라 인신 구속이라는 '제도의 영역'에서다. 그게 누구든, 국가가 개인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기준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이유만으로 구속할 수 없도록 엄격한 요건을 두고 있다. 도주 또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한다. 나아가 범죄의 중대성이나 재범 위험성, 피해자 위해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구속은 처벌이 아니라 재판과 수사를 위한 예외적 강제처분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구속영장이 마치 유죄 판결의 예고편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꼭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구속은 곧 사회정의 실현"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수사기관 역시 구속 여부를 수사의 성패처럼 여기곤 한다. '영장부터 청구하고 보자'는 식의 관행이 반복돼 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사건 당시 검찰과 법원의 신경전도 이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검찰은 유모 대표에 대해 주가조작 혐의로 네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 등이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그렇다고 사법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및 재판이 진행됐고, 대법원은 결국 유죄를 확정했다. 구속 여부와 유무죄는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조건부 구속·석방 제도가 담긴 것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되 전자팔찌 부착 등 일정한 조건 아래 피의자를 석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법원이 "형사사법의 중심이 영장 단계에 집중되고 정작 재판은 관심에서 멀어지는 비정상적 상황"이라고 지적한 것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구속 여부가 아니라 충실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이 형사사법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A씨의 행위는 법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판단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적 책임을 묻는 일과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은 구분돼야 한다. 국가가 개인의 신체와 자유를 제한할 때도 끝까지 원칙과 절차를 지키는 것, 바로 그것이 법치주의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