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보험사기 적발현황 및 향후 대응방안'에 따르면, 병원을 차려 조직적으로 보험금을 빼돌리거나, 미용수술을 보험 적용 치료로 둔갑시키는 수법 등 보험사기가 점점 더 조직화·지능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동행미디어 시대 DB

"미용 시술인데도 보험 처리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 안내에 따라 시술을 받았지만, 실제 기록에는 도수치료 등 보험 적용 항목으로 기재됐다. 병원 내부에서는 알선·보험·처방 역할이 나뉘어져 담당자별로 환자 유치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수행했다. 이렇게 모인 환자만 1000명이 넘었고 병원장과 브로커, 손해사정인 등이 얽힌 이 조직은 약 40억원의 보험금을 빼돌렸다.

금융감독원이 31일 발표한 '2025년 보험사기 적발현황 및 향후 대응방안'에 따르면 병원을 차려 조직적으로 보험금을 빼돌리거나 미용수술을 보험 적용 치료로 둔갑시키는 등 보험사기가 점점 더 조직화·지능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통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2025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571억원으로 전년 대비 69억원(0.6%) 증가했다. 반면 적발 인원은 10만5743명으로 3245명(3.0%) 감소했다. 적발 건수는 줄었지만 금액은 늘어나면서 개별 사건 규모가 커지는 '고액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보험 종목별로는 자동차보험이 5724억원(49.5%)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장기보험이 4610억원(39.8%)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보장성보험 적발 금액이 501억원에서 564억원으로 12.6% 늘었다.

사기 유형별로는 진단서 위·변조 등 사고내용을 조작해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는 방식이 6350억원(54.9%)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허위사고(2342억원, 20.2%), 고의사고(1750억원, 15.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원이 개입된 보험사기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자동차보험을 악용해 치료비를 부풀리는 유형의 적발 금액은 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82.5% 급증했다. 단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의료기관이 사기 구조에 깊숙이 관여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연령대별로는 50대(22.1%), 60대(19.9%), 40대(19.1%) 순으로 비중이 높았으며, 60대 이상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20대는 자동차보험 관련 사기 감소 영향으로 크게 줄었다. 직업별로는 회사원이 23.0%로 가장 많았고, 무직·일용직(12.1%), 주부(9.2%)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구조는 다른 사례에서도 반복된다. 성형외과 직원이 헬스장 이용객을 대상으로 "광고모델을 모집한다"며 접근한 뒤, 실제로는 가슴·코 성형수술을 진행하고 이를 '액취증 수술'이나 '비중격만곡 치료' 등으로 둔갑시켜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입원하지 않았음에도 입·퇴원 확인서를 조작하는 수법까지 동원됐고, 400명 넘는 인원이 연루돼 약 14억원이 편취됐다.

보험설계사가 개입된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설계사는 병원과 공모해 환자의 치료 이력을 삭제한 뒤 보험에 가입시키고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는 방식으로 가입을 유도했다. 이후 치료 시점을 나눠 보험 한도에 맞추거나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약 16억원을 편취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조직형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병원과 보험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한 기획조사를 확대한다. 경찰청,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과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특별신고 기간에 접수된 내부자 제보를 적극 활용한다.

아울러 보험설계사 등 업계 종사자가 사기에 연루될 경우 시장에서 즉시 퇴출될 수 있도록 보험업법 개정 지원을 이어가고, 보험사 내부통제와 준법 교육도 강화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단서 위·변조 등 신종 수법도 등장하고 있어 대응 범위도 넓히고 있다. 주요 적발 사례를 적극 공개해 경각심을 높이고, 사전 예방 효과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료 치료나 보험금 지급을 미끼로 한 제안을 가볍게 받아들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며 "보험금 반환뿐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