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위변제가 급증하며 조단위 적자를 누적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4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뤘다. HUG가 재무 건전성 개선의 발판을 마련한 점에서 공공 부실의 우려를 덜었지만, 보증 문턱을 높여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의 리스크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HUG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5년 결산 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5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조947억원 증가했다. HUG가 흑자를 달성한 것은 2021년(3620억원) 이후 4년 만이다. HUG의 최근 3년 당기순손익은 ▲2022년 -4087억원 ▲2023년 -3조8598억원 ▲2024년 -2조5198억원을 기록했다.
HUG는 흑자 전환의 배경에 대해 전세보증의 미반환 사고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보증사고 감소 원인에 대해 HUG 관계자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임차인들이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비아파트 전세를 기피하고 공사의 전세보증 가입요건이 개선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HUG는 2023년 5월 보증을 허가한 전세가율 기준을 100%에서 90%로 하향 조정했다.
HUG에 따르면 전년 대비 보증사고는 약 4조원 감소했다. 채권회수 실적은 같은 기간 6000억원 이상 증가해 2조176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과 2023년에 채권회수 실적은 각각 2804억원, 6286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도 HUG에 9590억원의 납입자본을 증가시켰다. HUG의 지난해 말 자본은 7조4718억원으로 전년(4조9409억원) 대비 51.2% 증가했다. 자산과 부채는 각각 9조1000억원, 1조6282억원으로 전년 대비 40.3%,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31.3%에서 21.8%로 9.5%포인트(p) 감소했다.
임대보증 규제 경고등
일각에선 전세사기 사태를 계기로 HUG가 2025년부터 임대보증 요건을 강화하면서 민간 임대사업자를 상대로 리스크를 전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증 부실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임대차 계약자의 보호 기능이 약화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HUG 보증은 사업자가 10년 장기임대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자금 구조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사고 금액은 통상 300억~400억원이고 2022년 시장 여건이 안 좋았을 때도 1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6500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면서 "이는 보증 가입 요건을 강화한 시기와도 맞물린다"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건설 원가가 지난 10년간 40% 이상 상승해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없이 사업 추진이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다"며 "자금 조달 악화와 공실 증가로 순수 민간임대의 공급이 위축되고 있어 임차인 보호와 사업자 보증을 지원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도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공급자의 운영 부담이나 사업 지속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담보 평가 방식과 보증 조건 등 세부 조정 방식에 대해 임차인 보호와 공급 안정이라는 두 목표 간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증제도 개선을 추진한 유병태 HUG 전 사장은 취임 2년 만인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2년 연속 'D등급'(미흡) 평가를 받아 해임 대상에 오르면서 물러났다. 지난 1월 선임된 국회의원 출신의 최인호 HUG 사장은 "올해 주택건설 보증공급 규모를 연 100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