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AI 반도체 산업의 초과 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투자업계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학계 일부와 노동계 등에서도 대기업의 초과 이윤 발생을 사회 전체와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지만, 이익 배분이 반도체 기업의 밸류에이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장기적으론 투자자들이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27일 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초과 이익의 분배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날 김영훈 장관은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분배할지에 대해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이론적으로 깊이 성찰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28일 김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본인의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이 마무리됐지만 우리 사회의 과제는 무겁다"며 "AI 대전환 시대에 전통적인 문법을 뛰어넘는 이윤을 둘러싸고 성과급 배분의 공정성에 더불어 노사·노노·주주 간 갈등과 자본시장 리스크 등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고 적었다.
그는 "점점 더 벌어지는 노동자 간 격차를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라며 "원·하청 간 상생을 통해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투자업계에서는 반도체 업종의 초과 이익 공유가 투자자를 위축시키고 주가 측면에선 디스카운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김 장관 발언과 관련해서 아무런 답변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운용업계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익명 보장을 요구했다.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관련 의견 제시를 거절했다. 업계 입장에선 분명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건 현 자칫 정부와 맞서는 형국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과 이익 공유가 투자자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초과이윤 공유는 직원 개개인의 성과에 따른 보상이 아니다"라며 "회사는 KPI(핵심성과지표)를 통해 직원을 평가하고 보상해야 하는데 초과이윤을 외부로 나누자는 것은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이고 투자자에게도 우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자본주의 원칙과 배치되는 것"이라 덧붙였다.
아직 성과가 제대로 현실화하지 않았는데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성과를 나누기 이전에 먼저 성과를 내고 이익률을 올려야 하는 시기"라며 "아직 슈퍼사이클의 이익이 제대로 현실화하지도 않았는데 초과이윤을 나눈다는 얘기가 나오면 투자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현재 노동시장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고용체계는 유럽식인데 보상은 미국식을 따르자는 상황"이라며 "미국식 보상체계를 따르려면 고용 유연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만약 그 부분이 어렵다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불안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도 우려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과 이윤 공유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관련 논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실제 공론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처럼 투자업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주가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7일 김 장관이 'AI 반도체 산업의 초과 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코스피에서 전 거래일 보다 8000원(2.68%) 오른 30만7000원에 마쳤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와 맞물리며 주가가 상승한 영향이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 이후 28일에는 7500원(-2.44%) 내린 29만9500원에 거래가 종료됐다.
한편, 김 장관이 제시한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 논의에 대해 학계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초과이익 공유제가 노동자 간의 격차 해소와 대기업 및 협력사 간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수단이라고 보는 시각과 장관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초과이익 공유제는 예전에도 나왔고 해외에도 이미 사례가 존재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거대 기업이 될수록 하청업체에 대한 영향력은 더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불공정 해소를 위해서는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기업 주가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초과 이익 공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거둬들이는 영업이익을 모두 나누자는 주장이 아니다"라며 "투자자들도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에 거시 경제가 좋아진다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교수 A씨는 "장관이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