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고령자와 장애인 등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고 불합리한 금융상품 가입·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 의견을 제도에 반영한다. 사진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현장 목소리 청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

금융감독원이 고령자와 장애인 등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고 불합리한 금융상품 가입·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 의견을 제도에 반영한다.

금감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금융소비자 현장 목소리 청취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고령자·장애인·소비자 단체와 일반 소비자 패널, 금융업권별 협회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찬진 원장은 "금융은 누구에게나 일상의 걸림돌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며 "소비자가 금융 현장에서 겪는 불편과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소비자보호 업무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디지털 금융 확산과 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춰 금융회사의 고령자용 금융 애플리케이션 간편모드 도입과 장애유형별 지원 인프라 확충 등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개선과 청각장애인 대상 텍스트 상담,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출 안내 매뉴얼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상담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치매환자의 보험금 청구 편의를 높이기 위해 가입자가 미리 가족 등을 보험금 대리청구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도 활성화했다.


금융상품 설명자료의 시각화·디지털화를 통해 핵심 위험에 대한 설명을 강화하고 금융교육도 확대한다. 보이스피싱과 불법사금융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는 관계기관과 공조해 대응할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고령 소비자가 고위험 금융상품의 위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자료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정 금액 이상의 입출금이나 이상거래가 발생하면 가족 등 지정인에게 알림을 보내는 금융사기 예방장치도 제안됐다.

은행 점포 폐쇄로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이동점포와 우체국 창구, 고령자 친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활용해 금융서비스 공백을 줄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재가노인을 대상으로 한 생활밀착형 디지털 금융교육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장애인 금융소비자를 위해서는 비대면 거래가 어려운 시각장애인 등이 창구나 유선거래를 이용할 때 수수료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금융회사별 장애인 금융접근성 수준을 평가해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텍스트 상담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음성 안내자료를 확대하고, 농어촌 거주 장애인을 위한 금융서비스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청도 이어졌다. 발달장애인 명의를 도용한 대출 등 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보호장치도 논의됐다.

일반 소비자들은 금융상품 가입 과정에서 소비자가 핵심 위험을 실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의무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투자성 상품의 핵심사항 설명은 강화하되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서류와 절차는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보험 분야에서는 손해사정서 작성·교부 관행을 개선하고 치매보험의 대리청구인 지정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카드 할부거래의 철회·항변권 안내 강화와 금융사기 관련 지급정지·거래제한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 개선도 건의됐다.

금감원은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검토해 감독과 제도개선 과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고령자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높일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력해 맞춤형 지원도 강화한다.

이 원장은 "제도는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완성한다"며 "금융소비자가 일상에서 금융을 높은 문턱처럼 느꼈던 부분을 가감 없이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