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지방선거 전 홈플러스 정상화 해결을 촉구 노동 ·시민사회 단체 삼보일배 행진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메리츠)이 협상에 나섰지만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홈플러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다.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MBK 부회장)와 메리츠금융그룹 주요 경영진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홈플러스 문제 해결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TF에서는 위원장인 유동수 의원과 민병덕·김남근·이강일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의 쟁점은 DIP 금융 지원 여부였다. 홈플러스는 부동산 담보를 보유한 메리츠가 DIP 금융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메리츠는 담보 가치 하락과 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DIP금융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이 영업을 지속하고 회생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외부에서 새로 조달하는 자금으로 법원의 승인을 받아 기존 채권보다 우선 변제되는 회생금융이다.

메리츠는 2024년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을 빌려주며 4조8000억원 규모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바 있다. 다만 메리츠는 해당 부동산의 현재 가치가 1조5000억~1조8000억원 선에 불과하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와 메리츠 협상 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최대 주주인 MBK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가 회생 위기에 놓이게 된 배경이 MBK의 경영 책임에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MBK의 자산 유동화 전략이 홈플러스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평가한다.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 후 주요 점포와 부동산을 매각 후 재임대하는 '세일 앤 리스백' 전략을 활용했다. 단기적으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으나 임대료와 리스부채가 홈플러스의 체력을 갉아먹었고, 유통산업의 구조 변화와 온라인 전환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DIP 금융 조달 과정에서 보인 MBK의 태도도 비판을 사고 있다. 앞서 메리츠는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브릿지론 지원을 검토하며 MBK와 김병주 MBK 회장의 이행보증을 요구했지만 MBK는 김광일 부회장이 홈플러스 대표 자격으로 이행보증을 제공하는 것만 가능하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퇴직금 비용과 인력 유출 우려를 이유로 전국 37개 점포에 근무하는 책임급 이상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채권단의 DIP 대출과 회생법원의 기업회생절차 연장 동의가 있어야만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직원들이 받아야 할 임금을 볼모로 채권단과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MBK의 무책임함을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지난달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홈플러스) 점포와 물류창고 28곳을 매각해 4조10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했으나 홈플러스의 정상화 노력은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MBK는 홈플러스의 정상적인 영업활동 유지와 회생절차의 안정적 진행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회생 정상화를 위한 주주사의 책임 이행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