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제품군을 다변화하며 K푸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더 CJ컵'의 '하우스 오브 CJ' 비비고존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관람객의 모습. /사진=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로 미국 시장에 안착한 CJ제일제당이 K푸드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K푸드 소비가 교민사회를 넘어 현지 주류시장으로 확대되는 흐름에 맞춰 제품군을 다변화하며 한국 식문화를 미국 소비자의 일상으로 넓히고 있다. 미국을 핵심 시장으로 육성하면서 유럽 등으로 현지화 전략을 확대해 K푸드 세계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품 사업에서 11조522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 식품 매출은 5조 924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매출의 51.4%로, 연간 기준 해외 매출이 국내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해외 식품 사업은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4.5% 늘어난 1조5555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글로벌 식품 사업 성장의 중심에는 미국을 포함한 미주 시장이 있다. 지난해 미주 매출은 4조9136억원으로 해외 식품 매출(5조9247억원)의 82.9%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1조2902억원을 기록하며 해외 성장세를 견인했다.

미국은 K푸드 소비를 이끄는 최대 해외 시장이다. 2024년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에 오른 이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미 농식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10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K팝과 K드라마를 계기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민 중심이던 소비는 현지 주류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슈완스 인수부터 월마트 입점까지…현지화 전략 통했다

CJ제일제당 식품 미주법인을 찾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CJ그룹 뉴스룸

CJ제일제당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선제적인 현지화 전략의 결과다. K푸드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기 전인 2019년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Schwan's)의 지분 70%를 인수하며 수출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현지 생산·판매 중심으로 전환했다. 올해 3월에는 남은 지분 24.5%를 추가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슈완스는 완전자회사로 편입된다.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면서 미국 시장 대응력도 높였다. 현재 슈완스 공장을 포함해 미국에서 20개의 공장을 운영하며 만두, 볶음밥, 김치, K소스, 치킨 등 비비고 제품뿐 아니라 피자와 디저트 등 다양한 식품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초기 코스트코 등 일부 유통채널에 머물렀던 판매망도 월마트와 타깃 등 미국 전역의 대형 유통망으로 확대했다.


확대된 생산·유통 기반은 비비고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비비고 만두는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 식자재 채널 등 주요 유통망에 안착하며 미국 B2C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약 41%로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비비고 제품은 미국 내 약 6만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만두를 통해 확보한 소비자 접점을 바탕으로 치킨과 가공밥(P-Rice), 김치 등 글로벌전략제품(GSP)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기존 대형 유통망을 활용해 신규 제품을 빠르게 안착시키며 냉동식품에서 한 끼 식사, 나아가 식탁 전반으로 K푸드 소비를 확산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의 미국 전략이 제품 판매에서 식문화 확산으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두를 시작으로 현지 생산과 유통망, 제품 포트폴리오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일상적인 식생활로 K푸드의 소비 영역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K푸드 열풍이 불기 전 미국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며 "미리 구축한 현지 생산·유통 기반 덕분에 K컬처 확산과 함께 늘어난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고, 만두의 성공을 다른 제품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고 말했다.

생산시설 강화하고 조직개편…K푸드 세계화 속도

CJ제일제당의 헝가리 신공장 조감도/사진=CJ제일제

늘어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시설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부지 면적 57만5000㎡의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축구장 약 80개를 합친 규모로,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푸드 제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공장에는 만두와 에그롤 생산라인이 들어선다. 비비고 만두의 공급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에서 수요가 큰 에그롤 생산까지 확대해 늘어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물류센터도 함께 구축해 미국 전역의 대형 유통망에 다양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물류 체계를 완성하게 된다.

미국에서 검증한 현지화 전략은 유럽으로도 번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0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부지 면적은 11만5000㎡로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며 비비고 만두와 치킨을 생산할 예정이다. 준공되면 유럽 내 생산·공급 역량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사업을 뒷받침할 조직 정비도 이뤄졌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식품 사업을 라이프스타일식품부문으로 재편했다. 라이프스타일식품부문은 '글로벌 K푸드 센터'로서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 시장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각 사업의 본질과 목적에 맞춘 전략으로 실행력을 높여 미래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취지"라며 "더 강한 사업구조로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극대화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리딩 기업으로 진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