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지난해 적자가 8000억원을 넘었다. 고령화에 따른 무임수송 비용이 급증한 영향이다. 공사는 정부에 수천억원의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국가유공자 무임승차의 손실 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2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승객 1명을 수송하는 데 투입된 비용은 평균 1817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운임은 1036원으로 승객 1명당 781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은 150원 인상됐다. 이용객 수는 전년보다 2700만명(1.6%) 늘었지만 인건비와 전기요금, 감가상각비 등 운영비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공사가 부담한 전기요금은 2021년 대비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 분석 결과 수송원가를 100% 보전하기 위한 적정 기본운임은 2591원으로 산출됐다. 현재 기본요금(1550원)보다 1041원 높은 수준이다.
호선별 수송 원가는 2호선이 1374원으로 가장 낮고 6호선이 2343원으로 가장 높았다. 운임 수입으로 실제 수송 비용을 충당하는 수준을 뜻하는 원가보전율은 57%에 머물렀다.
원가보전율은 ▲2021년 50.2% ▲2022년 53.3% ▲2023년 54.7% ▲2024년 53.9%를 기록했다. 운임으로 수송 비용의 절반가량을 회수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이에 공사의 경영 실적도 악화돼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전년(7241억원) 대비 14.2% 증가한 8268억원에 달했다. 적자 구조의 원인인 공익서비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무임수송 손실은 지난해 4488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버스 환승 할인 2907억원, 정기권 할인 772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에 5761억원 지원 요청
무임수송 손실은 고령화 영향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2643억원이었던 손실 규모는 5년 만에 약 70% 증가했다. 공사는 향후 65세 이상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경우 손실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1984년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4%대에 불과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층 비중은 20%를 넘어섰다. 국가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6년 21.2% ▲2030년 25.3% ▲2040년 34.3% ▲2050년 40.1%로 증가할 전망이다.
공사는 무임수송이 국가 정책에 따라 시행되는 공익서비스인 만큼 국가가 재정 부담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을 대표해 서울교통공사는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부 등에 공문을 보내 무임수송 손실 보전을 위한 법 개정과 재정 지원을 건의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도시철도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정부에 5761억원 지원을 요청한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무임수송 손실액(7754억원)의 74.3% 수준이다. 전국 무임수송 손실액의 약 58%는 서울교통공사에서 발생했다.
국가유공자 무임손실 소송 제기
공사는 법적 대응에도 나서 지난해 국가보훈부를 상대로 국가유공자 무임승차 손실 보전을 위한 37억4300여만원대 소송을 제기했다.'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유공자 등의 교통시설 이용료 면제를 규정하고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가 무임수송 정책을 시행하면서 보전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이에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정종엽 서울교통공사 경영지원실장은 "운영 경비 절감과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무임수송에 따른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