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휴전연장 양해각서(MOU)체결에 전격 합의한 14일 이란 수도 헤테란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로이터=뉴스 1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106일 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협상 타결을 발표했고, 이란 외무차관도 "모든 전선에서 영구적이고 즉각적인 종전이 선언됐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양측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종전 서명식을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를 비롯한 중동 위기는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번 종전은 미국과 이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당초 4~6주 안에 끝내겠다던 전쟁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석 달 넘게 이어진 것은 미국에도 큰 부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기간 내내 유가 상승 압박에 시달렸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냉담한 국내 여론도 추슬러야 했다. 이란 역시 치명적인 경제 제재와 국토 초토화 위기 속에서 체제 생존을 위한 타협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전쟁은 멈췄지만 우리 경제를 짓눌렀던 충격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한과 미국의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원칙적 양해각서(MOU)' 성격이 짙어, 향후 60일간 진행될 세부 이행 과정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망과 물류 비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온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더구나 전쟁 기간 우리 내부에서는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중동발 충격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산업계 부담은 물론 공공요금 인상 압력으로 번졌다. 종전에 안도만 하지 말고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 확대, 해상 안보 역량 강화 등 그간 제기된 과제들에 대한 철저하고 지속적인 점검과 이행에 나서야 한다.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 등도 대비해야 한다.

중동의 군사적 부담을 덜어낸 트럼프 행정부의 시선이 이제 동아시아와 한반도로 향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합의 발표 전날인 13일 자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의 모습이다. 이란 핵문제를 일단락한 뒤 북한 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란의 핵물질 폐기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북한의 핵능력은 이란보다 훨씬 고도화돼 있다. 이미 60여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고 30개 이상의 핵탄두를 추가로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 만큼 이란과 달리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핵동결 대가 제재 해제'를 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트럼프의 '즉흥성'이다. 자칫 우리는 관전자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사실상 북핵 용인을 전제로 군축 협상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한·미 신뢰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