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워라밸+4.5 프로젝트' 참여 기업인 서울 구로구 유비온에서 열린 ' 주 4.5일제 도입 등 실노동시간 단축 이행·확산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산업단지에 있는 산업 자동화 전문기업 '바심'은 경기도의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째 진행 중인 '주4.5일제'의 실험 결과는 어떨까.

바심은 △주 4.5일제(금요일은 오전 근무) △주 36시간제 △격주 주 4일제 △혼합형 중 주 36시간제를 택했다. 출근은 오전 8시 30분으로 고정돼 있지만, 퇴근 시간은 날마다 다르다. '가정의 날'인 수요일은 오후 4시 퇴근, 월요일과 금요일은 오후 5시 퇴근, 화요일과 목요일은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점심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로 다른 기업보다 30분 길다. 수요일의 경우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만 근무하는 셈이다.


바심은 AI와 로봇 기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근무시간을 줄인 이유에 대해 박화종 대표는 "나도 현장 엔지니어로 시작해 영업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봤다. 우리 업무 특성상 집중도를 높이면 전체 근무 시간을 줄여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직원 만족도 높아…이직률 줄고 업무 생산성 올라

지난 3월 10일 김동연 당시 경기도지사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기도 주 4.5일제 시범사업 효과 분석 정책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대표는 주 4.5일제를 시행한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직원 만족도'를 꼽았다. 여러 기업이 몰려있는 산업단지 특성상 퇴근 시간에는 차가 막힐 수밖에 없는데, 일찍 퇴근하는 날이 많다 보니 직원들이 도로 정체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또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최고의 복지'라는 얘기를 듣는다고 했다.

박 대표는 "주택 구입 시 1억원 대출 이자 지원, 자녀 학자금 지원 등 여러 복지 제도를 도입했는데, 그 중에서도 직원들이 주 4.5일제를 최고로 꼽는다"며 "주 4.5일제 시행 전과 비교해 이직률이 줄었고, 새로 뽑는 직원들도 면접에서 지원 동기 중 하나로 '주 4.5일제'를 많이 언급한다"고 말했다.

'동행미디어 시대'가 직접 만나본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바심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경영지원 업무 담당 김윤지 씨는 "수요일마다 부모님 댁에 찾아갈 수 있게 됐다. 부모님은 그날만 기다리신다"며 웃었다. 이곳에서 일한 지 7개월 된 영업 담당 최재익 씨는 "이직 때 주 4.5일제 시행도 고려 사항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업무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했다. 10년 차 조상현 팀장은 "일찍 퇴근하는 것에 맞춰 오늘 해야 할 일을 끝내려다 보니 담배를 피우거나 멍 때리는 시간이 줄었다"며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했다.

문제는 비용…회사 측 "예상보다 지출 더 많아"

다만 직원들이 원하는 건 '임금 감소 없는 주 4.5일제'다. '만약 주 4.5일제를 계속 유지하는 대신 임금이 낮아진다면 어떻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직원들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직원들은 "일하는 시간은 줄었어도 일하는 양은 똑같기 때문에 임금과 연결 지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행한 '중소기업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임금 감소가 있는 경우 주 4.5일제 도입에 66.2%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한다는 대답은 15.6%에 불과했다. 반면 임금 감소가 없는 경우에는 74.3%가 주 4.5일제 도입을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바심'의 박화종 대표의 고민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관리 직군이나 연구·개발 쪽은 (근무 시간 단축에) 별 영향을 받지 않지만, 고객사와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 직군은 어쩔 수 없이 오후 늦게까지 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예전에는 지급하지 않아도 됐던 추가 근무수당을 줘야 업무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출퇴근 관리 시스템을 우리 회사 사정에 맞춰 바꾸는 데도 추가 비용이 들어갔고, 해외 출장 때도 근무시간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존보다 하루 출장비를 3만원씩 올렸다"며 "출장이 많을 때는 월 400만원까지 추가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경기도는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 1인당 월 26만원을 임금 보전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당장 임금 감소 없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경기도가 지원을 중단한 이후에도 동일한 임금으로 주 4.5일제를 시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 대표는 "경기도에서 1년간만 지원금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워낙 높아 4.5일제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없이 유지 불가"…산업계 전체 확대엔 한계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휴수당 폐지, 주 4.5일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일부 대기업도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탄력근무제'다. SK텔레콤은 2019년부터 격주 금요일에 쉬는 '포커스데이'를 시행 중이다. 다만 금요일 쉬는 주에도 40시간 근무를 채워야 한다. 평일에 2시간씩 더 근무하고 금요일에 쉬는 형태다. 포스코도 2주 동안 80시간 근무를 채웠을 때 격주 금요일을 쉴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매년 노조가 주 4.5일제를 요구하지만 아직까지 시행한 적은 없다. 한번 시행하면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주 4일제를 시행했다가 다시 주 5일제로 복귀하면서 진통을 겪은 기업도 있다. 에듀윌은 2019년 6월 교육업계 최초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도입했으나,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업무량이 늘어나자 3년 9개월 만에 주 5일제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갈등이 상당했다. 회사는 2022년 10월 주 4일제 시행 중단을 공지했으나 직원들의 반발에 2023년 3월에야 전 직원 주 5일제로 복귀할 수 있었다.

경기도는 지난 3월 개최한 '경기도 주 4.5일제 시범사업 효과 분석 정책 토론회'에서 직원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매출액도 유지되거나 개선됐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자체 평가를 분석한 결과다. 그러나 이 조사 결과만으로 주 4.5일제의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주 5일제 기업과의 대조 없이 주 4.5일제 참여기업의 지표만 비교할 경우 그 변화가 근로시간 단축 때문인지, 경기와 업종별 상황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정부의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주 4.5일제를 유지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엽 자유기업원 팀장은 "재정지원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제도라면 이를 전체 기업으로 확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여유 인력과 자본이 부족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과 업무 공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또 "모든 기업에 주 4.5일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유연한 인력 운용이 가능한 경영 환경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며 "업종과 직무, 기업 규모에 따라 적합한 근무 방식이 다른 만큼 정부가 특정 형태를 일률적으로 확산하기보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