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대표 선수가 6일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야구부 대표 선수에게 사과문을 전달하고 있다./사진=뉴스1


광주일고와의 야구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응원 구호를 외쳤던 서울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선수들과 감독은 "부적절한 행동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야구를 떠나 인성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했다. 광주일고 측도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여러분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음으로 사과하고 몸으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잘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방문 사과와 화해가 성사됨으로써 일단 두 학교 간의 문제는 일단락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치권과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증폭된 소모적 논쟁이다. 이번 사건의 기폭제가 됐던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싸고 대결과 갈등 유발의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한쪽에선 혐오 발언의 단죄를 주장하고, 다른 쪽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대립각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여당 의원은 야구부 해체까지 거론했고, 배재고 등교길에선 볼썽사나운 응원과 근조 화환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해도 모자랄 텐데, 이를 부추기고 재촉하는 정치의 과잉화가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사이 놓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이다. 논의의 초점을 정치적 공방이 아닌 학교에서조차 일상화된 '조롱과 혐오' 표현에 맞추는 게 우선이다. 학생들이 문제의식 없이 '놀이'처럼 혐오 표현을 소비하는 문화가 왜 생겼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조롱과 혐오는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10대들에게 손쉽게 침투하고, 유행에 민감한 또래 집단 전체에 퍼지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특성을 감안할 때 혐오 문화 자체가 바뀌도록 아이들을 가르치고 선도하는 게 먼저다.

선수들에 대한 일회성 징계와 출전 정지 등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배재고 야구부에겐 이미 6개월 출전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프로구단들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 싫어 향후 학생들 입단에 부정적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배재고 선수들의 조롱성 응원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광주일고 학생들이 느꼈을 모멸감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선수들의 생애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징계 방식이나 수위는 좀더 폭넓게 고려했으면 한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는 차원을 넘어 학생들의 미래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정도라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

무엇보다 두 학교와 학생들은 '화해의 손'을 맞잡았다. 이번 사과와 화해가 '교육적 회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난무하는 정치적 공방이나 처벌 중심의 마무리는 교육적 회복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들에게 책임을 묻기에 앞서 혐오와 조롱을 일상처럼 소비하는 사회를 만든 어른들의 책임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 이번 사안을 정치적 잣대로 소비하지 말고, 아이들의 진지한 성찰을 유도하고 혐오 문화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