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기업이 첨단소재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반도체 스트리퍼. /사진=LG화학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첨단소재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반도체·태양광·전력망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AI 산업 성장으로 관련 산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석유화학업계 역시 첨단소재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진단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 미국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기업 '앰코'에 반도체용 스트리퍼를 양산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스트리퍼는 반도체 회로 형성 이후 기판에 남은 포토레지스트(PR, 감광액) 및 잔여물을 제거하는 핵심 공정 소재로, 반도체 품질을 좌우하는 주된 요소다. 이번에 공급한 제품은 앰코 신규 라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스트리퍼로, 포토레지스트 및 잔여물 제거 시간을 기존보다 50% 단축했다.


LG화학은 앰코와의 협력을 계기로 반도체용 스트리퍼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게 됐다. 지난 3월 전자소재 사업을 두 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이후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현재 회사는 CCL(동박적층판), DAF(칩 접착 필름), PID(감광성 절연재) 등 반도체 패키징 소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고부가 전자소재 사업을 육성 중이다.

롯데화학군도 계열사 한덕화학을 앞세워 경기 평택 포승(BIX) 지구에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현상액(TMAH,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 생산공장 착공에 나섰다. 총 13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용 현상액 생산 설비를 확대하고, 고객사 일정에 맞춰 라인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울산과 평택으로 생산거점을 이원화하면서 글로벌 수급 변동성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물류 효율성과 공급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롯데화학군은 미래 먹거리로 첨단소재를 낙점한 뒤 전사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기초소재 사업 재편 ▲기능성 소재 확장 ▲신사업 발굴 등을 바탕으로 2030년 이후에는 전략 소재 사업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겸비한 화학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각오다.


한화솔루션은 큐셀 부문의 북미 태양광 사업을 핵심축으로 키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미국 조지아주에 잉곳·웨이퍼·셀·모듈을 아우르는 카터스빌 공장 완공을 공식화하며 현지 맞춤화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재생에너지 개발사 젤레스트라 에너지의 200MW 규모 태양광 프로젝트에 32만장의 모듈을 공급하는 한편 EPC(설계·조달·시공) 사업까지 맡아 통합 재생에너지 설루션 공급 역량을 입증했다.

고성능 케이블 소재 사업도 주목하고 있다. 근래 해상풍력 확대와 국가 간 전력망 연계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해저·HVDC(고전압직류송전) 케이블 등이 글로벌 전력망의 주요 제품으로 부상한 영향이다. 한화솔루션은 차세대 초고압급 소재 'SEHV 가교폴리에틸렌'(XLPE) 등을 주축으로 제품 라인을 확장 중이며, 지난해 출범한 유럽 법인을 바탕으로 유럽과 북미 시장 점유율까지 지속해서 높여나갈 예정이다.

김용진 단국대 교수는 "범용에서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이 높아지는 건 매우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제는 스페셜티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R&D)·인프라 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