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한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법무법인 지평 고문)는 경영자들이 달라진 환경에서의 판단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사진=시대

"한국 증시의 오랜 저평가는 기업 사장들이 번 돈을 어떻게 쓰겠다는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최근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은 사장들에게 '그 돈을 어떻게 주주에게 돌려줄 것이냐'고 묻고 있죠. 이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어제의 경영 판단이 오늘은 배임이 될 수도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지난 9일 김동한 가천대 겸임교수(법무법인 지평 고문)는 '동행미디어 시대'와 만나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이 상법 개정이 가져올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시장이 기업에 요구하는 눈높이가 더 엄격해진 만큼 더 이상 과거 같은 경영 방식은 설 자리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김동한 교수는 증권업계와 투자업계, 학계, 법조계를 두루 거친 자본시장 전문가다. 증권사에서 24년간 기업 금융과 전략 기획 분야를 담당했고 2016년에는 신기술 금융 전문회사를 세워 벤처 및 사모펀드를 조성 운용했다. 2018년부터는 가천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법무법인 지평의 글로벌 그룹 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직접 회사를 경영해본 뒤에야 사장의 진짜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사장의 진짜 일은 영업이익을 만드는 게 아니라 회사가 번 자본을 배당과 투자, 자사주 중 어디로 배분할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최근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의 결정 하나하나는 막대한 무게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2025년 7월 상법 제382조의3에 따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됐다. 지난 3월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에 따라 자기주식은 취득 후 1년 내로 소각해야 한다. 오는 23일에는 상장회사 사외이사의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뀌며 의무 선임 비율도 3분의 1로 높아진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3%로 제한하는 '3% 룰'도 강화된다.

김동한 교수 "상법 개정안 시대, '주주가치'를 고민하는 리더가 살아남는다"

/사진=김동한 교수 제공

상법 개정안이 담은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적인 경영 판단의 기준이 됐다. 앞으로 경영자는 자신이 내리는 결정이 주주가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김 교수는 "상법 규제 강화는 경영 판단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올 것"이라며 "예를 들어 자사주 매입 시 이사회 의사록에 그 목적을 '주주환원'으로 적느냐 '지배권 안정'으로 적느냐에 따라 나중에 혹여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지게 될 무게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자본시장의 룰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지만 현업에 쫓겨 놓치는 경영진이 적지 않다. 법이 바뀐다는 사실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세우고 실무에 적용할지 막막해하는 리더도 많다.

이에 그는 주주가치 강화 흐름 속 사장이 고민해야 하는 이슈를 다섯 가지로 구체화했다. ▲회사의 리더인 '사장'은 어떤 자리인가 ▲사장은 '돈'을 어떻게 끌어오는가 ▲주주가치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의 의미는 무엇인가 ▲M&A(인수합병)와 무형 자산으로 어떻게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가 ▲후대로의 '가업 승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최근 김 교수는 이 다섯 가지 이슈를 고민하는 중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임원, 그리고 미래의 경영인들을 위해 '사장의 자본학'을 썼다. 현장에서 뛰는 경영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재무 및 법률 지식이 아니라 실전 예시라고 봤다. 리더들이 고민하는 부분은 개념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구체화하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 교수는 국내외 여러 기업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 전환사채 발행의 한도 문제나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중복 상장에 대한 문제, 배당소득 분리과세, 지주회사 전환의 손익 등을 구체적인 쟁점들을 제시했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재무와 상법, 자본시장은 더 이상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사장들은 지난 30년 동안 재무와 상법, 자본시장을 분리해서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 사장은 자신을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이 모두를 한 테이블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모두를 생각하는 사람은 기업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경영자 개인의 경쟁력도 높인다고 봤다. 김 교수는 "사장의 자격은 일하는 동안이 아니라 일을 떠나는 순간 드러난다"며 "결국 주주가치를 고민하는 사람만이 '연임할 수 있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동한 교수 프로필

현 법무법인 지평 고문
현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
현 (주)VF2I 대표이사(경영컨설팅)
현 범부처 평가위원 후보단(국가연구개발과제 평가위원)
현 한국벤처창업학회 이사
전 신기술금융회사 대표이사(Axis Investment)
전 신한투자증권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재무관리)
서강대학교 경제학 석사(금융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