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기초자산 일간 수익률을 두 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하락률을 두 배 추종하는 일명 '곱버스' 상품은 급등세를 보이며 대비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13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이날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하락률 1위부터 38위까지는 모두 레버리지 상품이 차지했다. 특히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하락률 1위부터 8위까지를 휩쓸었다.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인 것은 32.60% 급락한 '1Q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다. 뒤를 이어 ▲KIWOOM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32.34%)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32.25%)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32.20%) ▲SOL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31.51%)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31.46%) ▲RIS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30.93%) ▲미래에셋 레버리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ETN(-30.73%) 순으로 낙폭이 컸다.
반도체·정보기술(IT) 업종 레버리지 상품도 줄줄이 무너졌다. 'TIGER 200IT레버리지'는 27.85% 떨어지며 하락률 9위에 올랐다. '하나 레버리지 반도체 ETN'은 24.08% 하락해 10위를 기록했다. ▲11위 키움 레버리지 반도체TOP10 ETN(24.08%) ▲12위 TIGER 반도체 TOP10 레버리지(24.06%) ▲13위 KB레버리지 반도체 TOP 10 TR ETN(23.76%) 등도 하락률 상위권에 올랐다.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ACE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23.61% 하락하며 전체 하락률 14위에 올랐다. ▲15위 1Q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23.21%) ▲16위 KIWOOM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22.56%) ▲17위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22.13%) ▲18위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22.12%) ▲19위 RIS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21.97%) ▲20위 PLUS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21.75%) 등도 나란히 20위권 안에 올랐다.
반면 이날 ETF·ETN 상승률 상위 1위부터 32개 종목은 모두 곱버스 상품이 차지했다. 상승률 1위는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로 31.76% 올랐다. 이어 ▲키움 인버스 2X 반도체 TOP10 ETN(23.81%)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 2X(22.75%) ▲하나 인버스 2X 반도체 ETN(21.25%) ▲미래에셋 인버스 2X 반도체 ETN(21.21%)이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투 인버스 2X코스피 200선물 ETN'은 20.97% 올랐으며 'KB 인버스 2X KOSPI 선물 ETN B'는 20.00% 상승했다. 이밖에 ▲KODEX 200선물인버스2X(19.77%) ▲미래에셋 인버스 2X 코스피200 선물 ETN B(19.13%) ▲PLUS 200선물인버스2X(18.9%)가 상승률 10위권에 들었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떨어지며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한 영향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만500원(10.70%) 하락한 25만45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33만5000원(15.37%) 내린 184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SK스퀘어와 삼성전기도 각각 17.60%, 18.62% 떨어지는 등 반도체 관련주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반도체주 급락은 지수 전체의 변동성을 키웠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69.01포인트(8.95%) 내린 6806.9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38.07포인트(4.55%) 하락한 799.36에 장을 종료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과열 부담과 상승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 업종에 악재가 집중되자 낙폭이 급격하게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주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유동성이 집중된 가운데 포지션 청산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부장은 "이번 반도체 급락은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AI 산업 서사 균열과 밸류에이션 되돌림, 레버리지 청산에 따른 수급 충격의 영향으로 판단한다"며 "특히 국내 투자심리와 수급, 레버리지 ETF 사이에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서 글로벌 증시 대비 차별적인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된 만큼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투자 시 손실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이 상승할 때는 수익이 확대되지만 급락장에서는 손실도 두 배 수준으로 증폭된다.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경우 일일 재조정과 복리 효과로 기초자산의 누적 수익률보다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급락세는 반도체 업황이나 중장기 이익 방향성이 훼손됐다기보다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서(ADR) 상장이라는 단기 이벤트 소멸과 높아진 실적 기대치, 레버리지 포지션 정리가 동시에 반영된 변동성 조정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수급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ADR 프리미엄만을 근거로 한 추격 매수보다 변동성을 감안한 분할 접근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