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의 부동산 세재 토론회를 두고 명분 쌓기용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가 임박한 시점인 데다 토론 패널 구성부터 보유세 강화론에 치우쳐 있었다는 점에서다. 토론회가 중계되는 유튜브 채팅창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잇따랐다.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는 주요 패널 다수가 ▲보유세 인상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혜택 축소 ▲주택 수가 아닌 주택가액 기준으로 종부세 부과 ▲초고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 인상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방향성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를 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종합부동산세 공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싼 집 한 채를 오래 보유할수록 세금을 낮춰주는 현행 제도가 결국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부추긴 것"이라며 "보유세 실효세율이 선진국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만큼 종부세와 재산세를 동시에 인상하는 보편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유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대상을 초고가 주택 소유자로 좁혀 실효세율을 확실히 올리면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투기성 매물이 시장에 나와 공급 정상화 효과를 낼 것"이라며 4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해 실효세율을 1%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을 주문했다. 이 제도는 부동산을 3년 이상 장기 보유한 경우 양도소득세 계산 시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그는 "15년 동안 보유한 아파트 양도차익이 40억원일 경우 실효세율은 7%에 불과한 반면 같은 40억원을 벌어들인 근로소득자의 소득세율은 30%"라며 "80% 공제율을 유지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발제를 맡은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6년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131% 오르는 동안 소비자물가는 25% 상승에 그쳤다"며 "30억원 1채를 가진 경우와 10억원을 3채 보유한 경우 과세표준이 같은데도 세율이 다르다.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타당한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목소리를 낸 패널은 총 8명 중 2명뿐이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시장 수용성을 넘어 급격히 부동산 과세가 강화되면 매물잠김과 거래량 감소, 전월세 매물 부족에 따른 월세 전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창하 한양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보유세·거래세가 낮지 않다"며 "지방균형발전과 공급 확대가 우선"이라고 했다.
이번 토론회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경청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행정 전문가는 "패널 8명 중 6명은 평소에도 현장 곳곳에서 보유세 인상을 주장해온 분들"이라며 "패널 구성이라든가 개최 시기를 보면 원점에서 하는 토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진짜 국민 의견을 반영하려 했다면 세법 개정안 준비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연말이나 올해 상반기에 했어야 한다"며 "지금은 세법 개정안이 사실상 세팅된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라 국민 의견을 경청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유튜브 실시간 대화창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잇따랐다. "세금 올리자는 뜻이네"(@ribi_ga9542), "토론이 아니라 보유세가 왜 타당한지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k0ng-IEE), "뜻 맞는 사람들만 불러다가 토론회 하자는 요식행위가 무슨 토론회인지…"(@북한산호랑이-s3j), "국민 의견 듣지도 않으면서 무슨 경청?"(@Nattong17) 등이다.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재경부 순으로 각각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흘간 나온 의견을 종합해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재경부는 이달 말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