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복기왕 의원실

지난해 고령운전자 100명 가운데 운전면허를 스스로 반납한 사람은 단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8명은 여전히 운전대를 잡고 있었는데 이유는 생계 때문이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복기왕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시갑)은 경찰청과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2025년 5년간 고령운전자 수가 401만명에서 563만 명으로 40.2% 늘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전체 운전자 증가폭(3.6%)의 11배가 넘는다.


이 기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0만3130건에서 19만3889건으로 4.5% 준 반면 고령운전자가 낸 사고의 비중은 15.7%에서 23.7%로 8.0%포인트 늘었다. 사고 자체는 줄고 있는데 고령운전자가 차지하는 몫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운전자에게 면허 자진반납을 권해왔지만 반납률은 5년째 2%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반납률은 2.51%, 100명 중 2~3명꼴에 그친다.

반납이 저조한 데는 이유는 상당수 고령운전자에게 운전은 생업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 65세 이상 농업인 중 운전면허 소지자의 94.8%는 생업으로 인한 차량 필요와 대중교통 이용의 어려움을 이유로 반납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운수업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운수업 종사자 81만4737명 중 25%(20만5846명)가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로, 이들에게 반납은 생계 단절을 의미한다. 지자체가 10만~50만원의 반납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생계 수단을 잃는 대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복기왕 의원은 결국 필요한 것은 반납을 늘리는 게 아니라 운전을 계속하더라도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짚었다. 해외에서는 이런 접근을 이미 제도화했다. 일본은 2022년 5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서포트카 한정면허' 제도를 신설했다. 자동긴급제동장치(AEBS)와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장치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갖춘 차량에 한해서만 운전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신체 능력이 떨어져도 차량의 안전장치가 이를 보완해 대형 사고를 막겠다는 취지다.

복 의원은 지난해 12월 7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부착하면 그 대가로 면허 갱신과 적성검사 주기를 완화해주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생계 때문에 반납이 어려운 고령운전자에게 '반납이냐 유지냐'는 양자택일 대신 조건부 운전이라는 현실적 대안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안전장치 보급이 확대되면 대형 사고를 줄이면서도 고령자의 이동권을 지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7개월 넘게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 의원은 "생계형 고령운전자가 상당수인데 실질적 대책 없이 반납만 권유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과학기술로 고령운전자의 이동권과 국민의 안전을 동시에 지킬 수 있도록, 상임위에 계류 중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신속한 심사와 통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