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는 이른바 '롤러코스피'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루는 급등, 하루는 급락을 반복하며 시장 과열을 막는 장치인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도 수시로 발동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사이드카가 62차례, 서킷 브레이커가 9차례 발동됐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39차례, 코스닥은 23차례였으며 서킷 브레이커는 각각 7차례와 2차례 발동됐다.
문제는 이 같은 변동성 장세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과도한 공포에 잠기면서 전반적으로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변동성 장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 하루 수익률을 두 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지수가 오를 때는 수익이 확대되지만 하락할 때는 손실도 그만큼 커진다. 특히 최근처럼 시장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장에서는 레버리지 상품 위험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5월 상장 이후 코스피 변동성의 주범으로 지목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가 대표적이다.
상승을 기대하고 몰린 자금이 급락장에서 손실을 입으면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된다. 투자자들의 손절매와 운용사의 기계적 리밸런싱 매도, 신용거래 반대매매가 얽히며 다시 주가가 요동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증시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자 당국은 최근 레버리지 ETF 고위험 투자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섰다. 물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품 위험성을 보다 명확히 알리고 과도한 레버리지 거래를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규제 초점이 개인투자자 투자 행태에만 맞춰질 경우 최근 증시 변동성의 근본 원인을 놓칠 수 있다.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 진폭을 키우는 증폭 장치라면 작은 충격에도 지수 전체가 크게 흔들리는 국내 증시의 구조는 그보다 앞서 살펴야 할 문제다.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대형주 지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거나 미국 증시에서 주요 반도체 종목들이 흔들리면 국내 반도체주도 곧바로 영향을 받고, 이는 다시 코스피 전체 변동성으로 이어진다. 일부 대형주 주가가 사실상 시장 전체 방향을 결정하는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높은 수급 의존도도 문제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이 대규모 매수에 나설 때 빠르게 상승하지만 반대로 외국인이 자금을 회수하면 낙폭도 급격히 커진다. '연기금의 국내주식 비중 상한 제약'이나 '단기 성과 중심의 기관 자금' 운용 탓에 외국인 매도 물량을 안정적으로 받아줄 연기금과 기관, 장기 투자자금 완충 기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 쏠림과 외국인 수급 의존이라는 약한 증시 체질이 변동성의 기반을 만들고, 레버리지 ETF는 그 위에서 상승 하락 속도를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단기적인 투자 규제에 앞서 국내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에 집중된 지수 구조를 완화하고 다양한 업종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
외국인 수급을 대신해 시장 충격을 흡수할 국내 장기 자금도 키워야 한다. 연기금의 국내 주식 운용 여력을 합리적으로 확대하고 퇴직연금과 장기 적립식 자금이 증시로 안정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상장사의 낮은 주주환원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투자자가 장기간 믿고 자금을 맡길 기업이 늘어나야 외국인이 매도할 때마다 지수가 흔들리는 수급 구조도 바뀔 수 있다.
결국 변동성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거래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국내 증시 자체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인의 투자 선택만을 탓하는 손쉬운 처방이 아니라 산업 쏠림과 외국인 의존, 부족한 장기 자금이라는 국내 증시의 약한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롤러코스터를 멈추기 위해서는 속도를 높인 승객만 탓할 것이 아니다. 작은 충격에도 휘청이는 선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