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삼호가 '수주 연식' 효과를 앞세워 그룹 조선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최근 선가가 오른 시기에 계약한 물량 비중이 높아 고선가 효과가 본격 반영된 데다 생산성까지 개선되면서 영업이익률은 22.5%까지 치솟았다. 회사는 현재와 같은 물량 구성이 유지된다면 하반기에도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HD현대삼호는 올해 2분기 매출 2조3714억원, 영업이익 5341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1.6%, 영업이익은 35.1%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2.5%로 전 분기(18.6%)보다 3.9%포인트, 전년 동기(17.5%)보다 5.0%포인트 상승했다. 당기순이익도 413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4%, 전년 동기 대비 111.6% 증가했다. 이익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의 3배를 웃돈다는 점에서 단순한 외형 성장이 아닌 수익 구조 자체의 개선으로 풀이된다.
같은 그룹 내 HD현대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률(16.4%)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선명해진다. HD현대중공업은 매출(6조3322억원)이 HD현대삼호의 약 2.7배에 달하지만 수익성 지표에서는 오히려 HD현대삼호에 뒤처진다. 그룹 조선 부문 전체(매출 7조4510억원, 영업이익 1조3986억원) 안에서 HD현대삼호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출로는 32%에 그치지만 영업이익으로는 38%를 차지해 매출 비중보다 이익 비중이 더 크다.
이 격차의 핵심은 수주 물량의 '연식'이다. 조선업 특성상 선박 가격은 수주 시점의 시황을 반영하는데 2023년 이후 선가가 꾸준히 상승해온 만큼 최근 연도에 수주한 물량일수록 고선가로 매출에 반영된다.
HD현대삼호는 상대적으로 최근 수주분 비중이 높아 선가 상승 효과를 극대화했다. HD현대삼호의 경우 2024년 수주 물량이 52%, 2025년 물량이 14%를 차지하는 반면,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물량이 31%, 2025년 물량이 8%에 그치고 2023년 물량이 54%로 가장 많았다.
생산성 개선도 이익률을 끌어올렸다. 회사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건조 일정이 계획보다 약 10일 앞당겨졌고 이에 따른 생산성 향상 폭은 7~8%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업 일정이 당겨지면 같은 인력과 설비로 더 많은 매출을 인식할 수 있어 고정비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선종 구성의 변화도 주목된다. HD현대삼호의 2분기 매출 비중은 LNG운반선(LNGC) 39%, 컨테이너선 32%, 탱커선 16%, VLGC 등 LPG선 10%로, 전년 동기 대비 탱커선 비중이 늘었다. 통상 탱커선은 LNG선보다 단가가 낮아 매출 비중 확대가 수익성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탱커 매출 비중이 늘었음에도 생산성 개선에 따른 수익성 개선 폭이 이를 웃돌았다. 선종 믹스의 불리함을 생산성으로 상쇄한 셈이다.
환율 방어력도 뒷받침됐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는 동일한 환헤지 정책을 적용받는다. 수주 시점 기본 헤지비율 60%에 추가로 15%를 더할 수 있어 최대 75%까지 헤지가 가능하다. 현재 양사 모두 이보다 소폭 높은 헤지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적 흔들림을 줄이는 안전판인 셈이다.
재무 구조도 안정적이다. HD현대삼호의 부채비율은 167.1%로 절대 수치는 높지만,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조7268억원, 순차입금비율은 -77.1%로 그룹 내 계열사 중 가장 낮다. 차입금보다 보유 현금이 훨씬 많은 순현금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물량 비중이 하반기까지 유지된다면 양호한 실적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성규종 HD현대그룹 IR 총괄은 전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D현대삼호는 상대적으로 뒤쪽 연도인 2024·2025년 물량 비중이 높아 그만큼 수익성이 계속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며 "하반기에도 이런 비중이 유지된다면 양호한 실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