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폴리실리콘 및 폴리실리콘 파생상품 수입에 최저 수입가격제를 적용하고 일부 파생제품에는 15%의 종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령에 서명했다. /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양광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에 최저수입가격제를 도입하고 파생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에 서명하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 공급망을 겨냥한 조치인 만큼 국내 기업인 한화큐셀과 OCI홀딩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미국 정부의 세부 운용 방안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폴리실리콘 및 폴리실리콘 파생상품 수입에 최저수입가격제를 적용하고 파생제품에 15%의 종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령에 서명했다. 조치는 120일 뒤인 오는 12월 4일 미 동부시간 0시 1분부터 발효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추진됐으며 관세와 함께 일정 수준 이하 가격으로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저수입가격(MIP) 제도도 도입된다. 최저수입가격은 폴리실리콘 1㎏당 21달러, 잉곳과 웨이퍼 1㎏당 100달러, 태양전지 1와트(W)당 0.22달러, 태양광 모듈 1W당 0.38달러로 각각 책정됐다.

수입 신고가격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만큼 관세가 부과된다.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수입업자에게는 최저수입가격 전액이 관세로 적용된다. 해외 업체가 낮은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제한하려는 것으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파생제품에 대한 15% 종가관세는 국가별로 적용 방식이 갈린다. 포고문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대만,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미국과 무역·안보 협정을 체결한 '무역협정 파트너'로 분류돼 기존 관세(HTSUS 1열 세율)와 232조 관세를 합산한 총세율이 15%를 넘지 않도록 설계됐다. 영국산 제품에는 10%가 적용된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 제조의 핵심 원료이자 반도체 생산에도 쓰이는 원자재다. 고순도 전자등급은 스마트폰·의료기기·국방시스템용 반도체에, 저순도 태양광등급은 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패널에 사용된다.

미국은 2000년대 초중반 폴리실리콘 생산을 주도했지만 중국이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현재 중국은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의 약 93%, 태양광 제조 능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가격은 2022년 1㎏당 약 39달러에서 2024년 말 4.5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현재 중국은 1㎏당 7~8달러 선에서 폴리실리콘을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간 공방은 이미 진행형이다. 중국은 올해 1월 14일부터 5년간 한국·미국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연장했다. 미국산 제품에는 53.3~57%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관세 조치가 중국산 저가 물량의 미국 시장 유입을 일정 부분 차단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검토하고 있어 비중국 공급망을 확보한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한화큐셀과 OCI홀딩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을 중심으로 미국 내 유일의 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특히 미국 공장에서 사용하는 폴리실리콘은 전량 말레이시아에서 조달해 비중국 공급망을 마련한 상태다.

OCI홀딩스 역시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테라서스를 통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미국 정부에 독일·말레이시아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에 대한 연간 2만t 규모의 무관세 수입 허용을, OCI는 공정무역을 따르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의 조사 대상 제외를 각각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고령에 개별 기업이나 특정 원산지에 대한 예외는 명시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최저가격을 설정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폴리실리콘 판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업계는 향후 미국 상무부가 마련할 세부 시행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발표된 방안에는 국가별 예외 적용 여부와 관세 면제 범위, 미국 현지 투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관세 정책이 아니라 미국이 태양광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산업정책의 성격이 강하다"며 "21달러 이상으로 판가를 맞추라는 기준을 제시한 만큼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긍정적이나 세부적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