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공 전기차 충전구역 상당수를 업무용차량 전용 시설로 운영해 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공시설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 2022년 국비 등을 지원받아 본사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면서 충전이 가능한 주차면 15면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9면은 공단 업무용 전기차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실상 전용 주차구역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은 각 충전구역마다 업무용 차량 번호가 적힌 안내판을 부착하고 지정 차량 외에는 주차할 수 없다는 안내 문구까지 설치했다. 일반 전기차 이용자는 충전시설이 설치돼 있음에도 사실상 해당 공간을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지적이다.
논란은 충전구역 표시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통상 공공 전기차 충전구역은 바닥을 파란색으로 도색하고 '전기차 충전구역'이라는 표시를 하지만 해당 구역은 일반 전기차 충전구역과 다른 형태로 운영되면서 임직원 전용 주차구역으로 오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시설은 일반 국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친환경자동차법은 공공기관 등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시설에는 의무적으로 충전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이용자의 충전 편의를 높이고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기관이나 일부 차량만 사용하는 전용시설로 운영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공단이 일반인의 이용을 제한했다면 전기차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은 충전구역에서 충전을 방해하거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대구시 동구청도 "현장 확인 결과 관련 법령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과태료 부과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비를 포함한 공공재원으로 구축된 충전시설을 사실상 기관 전용시설처럼 운영한 것은 공공성 훼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기차 이용자는 "공공기관 충전시설은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특정 차량만 사용하도록 운영했다면 공공시설을 사실상 사유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전국 공공기관 충전시설 운영 실태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정확한 사유는 파악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행미디어 시대>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 공단은 문제가 된 지정차량 안내표지를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일반 전기차의 이용을 제한해 온 운영 경위나 근거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논란이 된 안내표지만 철거하면서 문제 해결보다 책임을 회피에 급급한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