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기아 양재사옥에서 바이브 코딩 체험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정의선 회장께서 두 차례나 직접 코딩을 해보고 싶다고 요청하셨습니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 사옥에서 열린 'AX 성과 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일반 임직원을 중심으로 진행해 온 AI 교육을 최고경영진까지 확대한 배경에는 정 회장의 적극적인 주문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이 경영진부터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힘을 실으면서 그룹 전반에 AX(AI 전환)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진 사장은 "바이브 코딩 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정 회장의 의지였다"며 "교육 이후에는 C레벨급 경영진이 AI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경영진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져야 조직 전체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은 정 회장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양재 본사에서 열린 'AX 성과 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이재 기자

현대차그룹은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에이치 챗 프로(H Chat Pro)'를 자체 개발해 임직원들의 AI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챗GPT·제미나이·클로드 등 다양한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업무 목적에 따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진 사장은 "보안 문제나 기밀 유출 우려 없이 외부 LLM(대형언어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했다"며 "1년간의 개발을 거쳐 지난해부터 전 직원이 이를 활용해 바이브 코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기준 사용자 수는 3만명을 넘어섰으며 현대차·기아 전체 임직원의 8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X 확산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비 개발자 직원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활용하는 과정에서 문서 5000개가 삭제되는 일이 있었다"며 "어떤 기업의 AX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어떤 사고를 겪었는지 물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양재 사옥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도 이 같은 고민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진 사장은 "젠슨 황 CEO도 '우리도 카오스(혼돈) 상태'라고 답했다"며 "엔비디아의 경우 검증되지 않은 AI 에이전트를 폐쇄망에 두고 그 안에서만 작동하도록 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전 직원의 AI 활용 확대로 늘어난 토큰 사용량과 관련해서는 "현대차·기아는 현재 토큰 사용량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어 비용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라면서도 "지금은 최대한 많은 직원이 AI를 직접 활용해보고 무엇이 되고 안 되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연구원이나 개발자처럼 AI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직군에는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변동비 방식을, 일상 업무에 활용하는 직원에게는 고정비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AX를 기반으로 차량 개발 등 전사 핵심 업무의 효율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진 사장은 "지금까지는 현장에서 바텀업(Bottom-Up)으로 올라오는 과제의 효율을 높이는 데 AI를 활용했다면 이제는 차량 개발 기간 단축과 같은 핵심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혁신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중국 업체와 비교하면 차량 개발 기간이 긴 편인 만큼 각 단계에서 기간을 어떻게 단축할 수 있을지, 이를 AI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