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26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추정 폭발 사고 합동조사에 앞서 사전 점검을 위해 현장 기동로 확보 및 작전 환경을 조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합참 제공)


육군 25사단 관할의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21일 지뢰 추정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 있다. 군 당국은 26일 유엔군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닷새 만에야 이동로의 안전성과 작전 환경을 점검한 것이다. 본격적인 현장조사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확한 사고 지점과 원인, 북한군 관련 가능성 등 핵심 의문에 대한 규명도 함께 늦어지면서 불필요한 논란만 커지고 있다.

논란을 자초한 것은 명쾌하지 않은 군의 설명이다. 사고 다음 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질문이 쏟아졌지만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사고 지역에서 과거 북한군이 분계선을 넘은 정황이 있었는지 등 이미 파악하고 있어야 할 사안조차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부상자 수를 3명에서 2명으로 번복하는 혼선도 빚었다. 신속한 증거 확보를 위해 필요한 현장조사가 늦어지면서 정치권에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커졌다.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유엔사가 사고 직후 현장조사와 자료 제공을 요구했으나, 우리 군이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실이라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군이 설명해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면 명확한 근거를 들어 반박할 일이다.



군은 작전상 보안 필요성과 신중한 현장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현장조사의 경우 사고 지점 주변에 수색로가 확보돼 있지 않아 2차 사고 위험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또 사고 위치를 정확히 식별하려면 당시 작전을 수행한 병력의 참여가 필요한데, 이들의 심리적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사 보안과 조사단의 안전 때문에 모든 정보를 즉각 공개하거나 당장 현장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현장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에만 닷새가 걸렸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상황에서 군이 즉각적인 현장조사 여부에 대한 자율적 판단을 내리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청와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흑막이 있거나, 감추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여당은 야당이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정부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뢰 사고로 우리 군인이 사고를 당했다면 사실대로 밝혀야 우리 국민이 이해한다"고 했다.

정치권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자제해야 하고, 이를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부와 군이 신속하게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이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안보 사안이라고 해서 설명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불안과 억측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개 가능한 사실은 빠르게 밝히고, 공개하기 어려운 사안은 그 이유라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그러자면 장병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범위 아래서 현장조사부터 즉각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