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이광노(왼쪽부터), 배재민, 연제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험은 정상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났다. 평균연령 41.7세, 경기 전 사람들은 그들의 나이를 우려했다. 결과는 금메달이었다. 우승 직후 게임 커뮤니티에는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를 언급하며 "민방위라도 면제해주자", "민방위도 끝났을 텐데요"라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나이에 대한 우려가 농담 섞인 찬사로 바뀌었다.

지난 26일 연제길(39·스트리트파이터), 배재민(41·철권), 이광노(45·킹오브파이터즈)로 구성된 한국 대전격투 대표팀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을 세트 스코어 5대 2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대표팀은 수십 년간 축적된 선수들의 경험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치밀한 심리전을 앞세웠다. 여기에 일본의 전술을 철저히 분석한 강성훈 감독의 맞춤형 엔트리 전략이 더해졌다. 배재민은 "(강 감독이 시나리오를 짠 대로) 스코어까지 거의 동일하게 흘러왔다"며 우승의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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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연제길·'결승포' 배재민·'전승' 이광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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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배재민(왼쪽부터), 연제길, 이광노가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트리트 파이터' 종목 대표로 나선 연제길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국내 정상급 실력을 뽐내 왔다. 그는 이번 결승 6세트에서 상대 히구치 고지로에게 한 차례의 타격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승리를 거두는 등 대한민국의 우승에 기여했다.

'무릎'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배재민은 자타공인 철권 e스포츠계의 전설이다. 통산 100회 이상의 국내외 대회 우승 경력을 가진 그는 세계 격투게임 대회인 EVO(Evolution Championship Series) 등 주요 국제 무대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한 인물이다.

대표팀의 맏형인 이광노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KOF)' 종목의 베테랑이다. 수십 년간 국제적인 입지를 다져온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도 전승을 거두는 등 중추적인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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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오락실에서 아시안게임 결승까지…100원짜리 동전으로 쌓은 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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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길(왼쪽부터), 배재민, 이광노가 27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0대' 국가대표의 우승은 1990년대 동네 오락실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쌓아두고 시간을 보냈던 '꼬마들'의 추억을 소환했다. 우승을 차지한 세 선수의 시작도 오락실이었다. 연제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 오락실을 다니면 '커서 훌륭한 사람이 못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고, 배재민은 어릴적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찾은 오락실에서 격투 게임을 만났다. 12살에 킹오브파이터즈에 입문한 이광노는 1997년부터 PC통신 게시판을 통해 다른 지역 팀과 약속을 잡고 오락실에서 만났다고 한다.



게임을 하다 소위 '등짝 스매싱'을 맞기 일쑤였던 세 꼬마는 어른이 되고서도 조이스틱을 놓지 않았다. 더 넣을 동전이 없어 탄식하던 꼬마들은 '중년' 국가대표의 경기를 보며 환호했다. 네티즌들은 "진짜 재밌었다" "40대의 승리"라며 기뻐했고, 배재민 역시 "40대들이 우리를 보고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격투게임의 주요 이용자층 역시 중장년이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직을 역임한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이용자들은) 10대 때 했던 게임을 평생 한다"며 "지금의 중장년층이 10대일 때는 한국 게임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오락실 게임들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리니지 게임을 주로 하는 이들의 나이대가 50대로 올라가는 것처럼 (중장년층이 격투게임을 즐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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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금메달, 화제 넘어 산업 동력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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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이번 금메달의 열기가 단발성 화제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게임 산업이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국내에서는 중독이나 과몰입 등 부정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게임이 하나의 문화 또는 스포츠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금메달 획득을 계기로 국내 게임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시각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우호도가 높아지면 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한 동력이 마련될 수도 있다. 관심갖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대회 주최국인 일본은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뿌요뿌요' 등 글로벌 팬덤을 갖춘 자국 게임 IP를 아시안게임 종목 채택까지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