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박 7일간의 미국·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지난 27일 밤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 앞에는 여러 난제들이 쌓여 있다.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대치,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선과 법무부 장관 등 후속 개각, 그리고 야당이 강력 반발하는 '내란 특수본' 설치 논란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풀 수 있는 게 없다. 여러 현안이 얽히며 정국이 어수선한 만큼 앞으로 대통령이 보여줄 행보에 대해 국민적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충돌 위기는 시급하고 엄중한 현안이다.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 대법원장은 28일에도 "(청와대의) 요청 자체가 '재제청하라'고만 왔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조 대법원장을 국회 법사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는 임명권의 우위를 주장하지만, 사법부의 독립성과 제청권을 지나치게 흔드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대화로 이견을 좁히는 유연한 정치력이 절실하다.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에 따른 '2실장 공석' 사태와 내각의 공백을 메우는 일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특히 내달 초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법무부 장관 자리를 오래 비워두는 것은 곤란하다. 검찰 출신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은 여권 강경파가 노골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난기류에 휩싸여 있다. 이런 혼란 상태가 길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휘부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판단도 미룰 일이 아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넘겨진 사건들을 처리하기 위해 청와대가 검토 중인 '내란 특수본'은 정국의 화약고다. 여권 핵심 지지층의 개혁 요구를 수용하고 결집을 꾀하겠다는 포석이겠으나, 이미 두 차례 특검 수사가 이뤄진 상황에서 특수본을 또 출범시키는 것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수본을 출범시킬 경우 조 대법원장을 표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여기에 DMZ 지뢰 폭발 사고,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논란 등 안보 이슈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라도 정국 안정은 필수적이다.
부동산 등 민생경제 여건은 더욱 엄중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에 3%대 경제성장률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고물가와 고금리로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이 대통령은 국내 현안을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외 순방 성과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퇴색될 수밖에 없다. 임기응변식 돌파나 지지층 결집만을 노린 무리수는 정국을 더 깊은 늪으로 빠뜨릴 뿐이다. 지지율을 회복할 왕도는 없다.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꼬인 현안을 하나씩 풀고 민생에서 성과를 쌓아가는 것, 그것이 국정을 안정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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