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농지 전수조사, 개정 농지법 시행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폭증하자 정부 여당은 "투기 목적이 아닌 관행적 위반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지법 위반으로 농지 가액의 4분의 1을 매년 이행 강제금으로 물리는 건 투기 목적이 분명히 입증된 경우로 한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혹시 모르니 땅을 처분하겠다"는 농민들이 많아지면서 농지 가격이 하락하는 등 농지조사 등과 관련한 농촌 사회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연휴 기간 중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방송, 유튜브 채널 등에 잇따라 출연해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한 농민들의 '오해'에 대해 해명했다. 허위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 명의로 부동산업을 영위한 경우 등 투기가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처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농민이 질병 등으로 휴경한 땅, 상속으로 물려받은 1ha(헥타아르), 3000평 이내의 땅은 임차농에게 빌려주더라도 불법이 아니며 처벌 대상이 아니란 점도 강조했다.
해외 순방 중이던 이재명 대통령도 24일 "농지 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며 조사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도 "오해는 말아 달라. 농사를 짓다 고령으로 못 짓는 경우나 상속받는 농지는 대상이 아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경미한 위반혐의에 대해서는 농지 처분조치 등을 유예하는 내용의 '특별조치법'을 연내에 제정해 내년 1분기부터 시행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해명으로도 농민들의 놀란 가슴을 달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불안해서 직접 농사 짓겠다"는 땅 주인이 늘면서 계약서를 안 쓰고 수십 년째 빌린 땅을 경작하던 임차농들이 쫓겨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예외 인정을 받지 못하는 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에 맡기거나 팔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예산제약 등으로 인해 농지은행이 농지를 사주는 데까지 3∼4년씩 걸리는 경우가 허다해 농민들 불안을 떨쳐내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번 사태는 농지 소유주와 경작자의 분리가 심화한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만 강조하며 급하게 농지법을 개정해 시행한 데서 비롯됐다. 고령화, 이농, 상속으로 불법 임대의 경계선에 놓인 땅이 많은 상황에서 지난달 시행된 개정 농지법은 이전까지 지방자치단체장 재량에 맡겼던 위법 농지 처분조치를 의무로 바꿨다.
문제를 풀려면 헌법 121조 1항 경자유전 원칙을 시대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121조 2항은 '농업 생산성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기는 차단하면서도 비농민, 민간기업이 농지를 활용할 길을 넓히는 쪽으로 법을 고쳐 거래, 임대를 활성화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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