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찾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하나금융그룹 헤드쿼터. 로비에 들어서자 곡선으로 이어진 벽면이 먼저 시선을 붙잡았다. 층마다 둘러선 유리 난간이 겹겹이 이어졌고, 벽면을 두른 화면에서는 푸른빛이 번졌다. 나무색 마감재와 탁 트인 공간이 어우러져 금융회사 사옥보다 복합 쇼핑몰에 들어선 듯했다.
곳곳에서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로비 한쪽에는 공사용 비계가 서 있었고, 바닥에는 공사 자재가 놓여 있었다. 미화원들이 바닥을 닦고 공간을 정돈하는 사이로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오갔다. 새 일터의 하루와 입주를 위한 마지막 단장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지난 14일 하나금융지주 전 직원과 하나은행·하나금융티아이 일부 직원이 첫 업무를 시작했다. 21일에는 하나에프앤아이 전 직원이 합류했다. 건물은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8503㎡(약 3만8872평) 규모다.
서울 중구 명동 사옥이 도심에서 하나금융의 얼굴 역할을 했다면, 청라에서는 시민들이 찾는 쉼터이자 금융과 기술 조직이 모이는 거점으로 역할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업무 층에 올라서자 카페를 닮은 공간이 펼쳐졌다. 모니터가 놓인 책상 옆으로 둥근 테이블과 긴 탁자, 높은 의자가 배치돼 있었다. 직원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일하거나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업무 공간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업무 층별 전용면적은 약 1100평으로 명동 사옥의 세 배 수준이다. 부서와 관계사 직원들이 한 층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층과 층은 내부 계단으로 연결했다. 직원들이 모여 대화하는 공간도 명동 사옥보다 세 배가량 늘렸다.
공간을 쓰는 방식도 달라졌다. 하나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5G 무선 업무환경을 구축했다. 직원들은 노트북과 클라우드 PC를 활용해 자리를 옮겨도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좌석과 회의실은 앱이나 웹으로 예약한다. 업무 성격에 맞춰 일할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간 설계와 업무 시스템을 함께 바꿨다는 설명이다.

창밖으로는 잔디밭과 나무 사이로 산책길이 뻗어 있었다. 사옥 부지라기보다 공원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하나금융은 헤드쿼터에서 인천시 문화·체육행사 등을 열어 지역 주민도 찾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8~9층 외부 테라스와 15층 옥상정원 등 일부 공간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직원들의 일터를 시민의 쉼터로도 쓰겠다는 구상이다.
청라에는 2017년 조성된 통합데이터센터도 있다. 은행·증권·카드 등 관계사의 전산 시스템과 IT 인력이 먼저 자리를 잡은 곳이다. 헤드쿼터 입주로 그룹 경영과 금융 업무를 맡는 인력까지 합류하면서 금융과 기술 조직이 한 지역에 모이게 됐다.
통합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소방·기계 등 주요 설비를 24시간 관리한다. 주요 기반 설비를 이중화하고 무정전전원장치와 비상발전 설비를 갖춰 정전이나 장애에 대비했다. 침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기실은 지상 2층에 뒀다. 금융거래가 중단되지 않도록 전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핵심 역할이다.
센터에는 클라우드 운영 조직과 인공지능(AI) 연구를 맡는 하나금융융합기술원도 있다. 하나금융은 이곳에서 개발한 데이터 분석·문서 인식 등의 기술을 자산관리와 신용평가, 상담 자동화 등 금융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사와 기술 조직을 청라에 모아 서비스 개발과 협업에 속도를 낸다.
관계사들의 입주는 당분간 이어진다. 10월에는 하나은행·하나캐피탈, 11월부터는 하나생명·하나증권·하나카드 등의 직원들이 차례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10개 관계사 직원 2200여명이 모두 합류하면 기존 인력을 포함해 약 4000명이 청라에서 근무하게 된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청라 헤드쿼터는 단순히 새로운 건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 일하는 방식과 소통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드는 출발점"이라며 "서로 다른 관계사와 부서의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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