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원인이 북한군 지뢰로 확인된 가운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상응 조치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우리 군 초소 오른쪽으로 가림막이 씌워진 대북 확성기가 보인다. /사진=뉴시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난달 21일 발생한 지뢰 폭발에 대해 북한이 29일 "이 사건은 자작극"이라며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위협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나섰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28일 '폭발 원인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라고 발표하자 북한은 바로 다음 날 '도발의 장본인들은 자작광대극의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담화를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담화는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에 대한 지뢰매설에 대해서도 "우리 군은 '국경선'을 넘은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합참은 현장 조사를 통해 MDL 이남 남측 지역에서 모두 4발의 북한군 '수지 반보병 지뢰(플라스틱 대인 지뢰)'를 추가로 발견했다. 해당 지뢰는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설돼 있어, 유실된 것이 아니라 북한이 MDL 이남에 의도적으로 매설한 것으로 판단됐다. 유엔군 사령부는 30일 이번 지뢰 폭발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했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김여정이 담화에서 "10여 년 전 세상을 소란하게 했던 '목함지뢰 사건'을 그대로 방불케 하는 명백한 자작극"이라며 과거 총정치국장 명의로 유감을 표명했던 사건까지 조작이라고 우긴 점이다. 2015년 사건 당시 우리 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에서 북한의 황병서 총정치국장 및 김양건 노동당 비서와 만나 나흘간 협상을 벌였고, 결국 북측의 책임 인정과 유감 표명을 받아냈다. 자신들이 유감을 표명했던 사건까지 이제와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뢰 사고에서도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토대로 북측의 책임 인정과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 조치를 지속해서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북측의 'DMZ 요새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도발 중단도 함께 압박해야 한다.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전쟁 중에 있는 적대적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이래 남북의 군사적 기준선인 MDL을 이른바 '국경선'으로 부르고, DMZ 요새화와 장벽 건설을 진행해 왔다. 그러다 MDL 이남 우리측 지역에 다수의 지뢰까지 매설해 우리 군인에게 부상을 입히기에 이르렀다. 이는 이번 지뢰 사고와 북한의 담화가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고 적대적 두 국가 체제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정치 공세의 연장선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그동안 단호한 대응을 취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에 대해 군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한 것은 필요한 조치다. 이제 'DMZ 요새화'의 중단을 북측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국제사회 공론화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압박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할 필요가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냉정하되 당당한 원칙을 보여줘야 국가적 자존과 국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김정은의 추가적인 오판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