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현지 미디어 관계자들이 신형 투싼을 취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이재 기자


지난 1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뉴욕의 한 강가에서 페리에 몸을 싣자 빽빽하게 솟은 고층 빌딩이 시야를 채웠다. 이스트강을 건너 롱아일랜드시티에 도착하니 빌딩 숲은 어느새 하나의 스카이라인으로 펼쳐졌다.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투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가 지고 빌딩 숲에 하나 둘씩 불이 들어오면서 뉴욕의 야경과 어우러진 투싼의 실루엣은 더욱 선명해졌다.



현대차는 이날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사운드 리버 스튜디오에서 '디 올 뉴 투싼 월드 프리미어'를 개최했다. 디자인적 요소인 '대담함(Boldness)'을 주제로 런웨이 형태의 무대를 마련해 신형 투싼과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XRT PRO를 선보였다.
행사장까지 이동 수단으로 이용한 페리. /사진=김이재 기자


행사장으로 향하는 과정은 특별했다. 참석자들은 뉴욕 도심에서 페리에 올라 이스트강을 건너야 했다. 꽉 막힌 도심을 벗어나 탁 트인 물길을 따라 이동하며 도심과 레저를 넘나드는 투싼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행사장 밖 피어에도 맨해튼 야경을 배경으로 투싼을 전시해 뉴욕 도심과 신차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연출했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투싼은 번잡한 도심뿐 아니라 거친 자연과 아웃도어 환경까지 아우르는 크로스오버 SUV"라며 "도심의 정체를 벗어나 강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이번 이동 과정 자체가 투싼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월드 프리미어 행사장 건물 외벽. /사진=김이재 기자


현대차가 신형 투싼의 글로벌 데뷔 무대로 뉴욕을 택한 것은 단순히 볼거리만을 위한 선택은 아니다. 미국은 투싼의 단일 국가 기준 최대 시장이다. 2004년 미국 진출 이후 누적 판매량은 222만7154대로 전체 글로벌 판매의 19.9%를 차지한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투싼 5대 중 1대가 미국에서 팔린 셈이다.



투싼 하이브리드(HEV)의 현지 판매 비중도 빠르게 늘었다. 4세대 투싼에 HEV가 처음 도입된 2021년 12.3%였던 비중은 2022년 17.8%, 2023년 19.2%에 이어 2024년 32.5%까지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31.0%, 올해 1~8월에는 27.8%를 기록하며 30% 안팎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투싼은 지난 9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32%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며 "투싼 하이브리드는 지난 6개월간 67% 성장했고 전체 투싼 판매의 28% 이상을 차지할 만큼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북미는 현대차의 전체 글로벌 판매를 이끄는 핵심 시장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북미 판매량은 59만5457대로 역대 상반기 최대를 기록했으며 미국에서만 48만9656대가 팔렸다.
에릭 우드 포티투닷 제품경험 총괄 전무(왼쪽부터),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 담당 부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정진환 현대차 차량개발2담당 전무. /사진=김이재 기자


현대차를 바라보는 현지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후발주자에서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춘 세련된 자동차 브랜드로 이미지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이날 행사장에서도 신형 투싼을 향한 현지 미디어의 관심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미국의 한 자동차 전문매체 기자는 "디 올 뉴 투싼에서 세련된 이미지가 느껴진다. 최근 출시된 SUV 중 디자인 요소가 아이코닉하다. 빨리 도로에서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투싼이 오랜 기간 '패밀리 SUV의 정석'으로 익숙한 모델이었다면 미국에서는 현대차의 달라진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모델로 인식되고 있었다.

월드 프리미어 행사장 내부 모습. 런웨이에는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XRT 모델이 전시돼 있었다. /사진=김이재 기자


신형 투싼은 북미에서 가솔린과 하이브리드(HEV)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된다.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북미 맞춤형 'XRT PRO' 모델도 추가로 선보인다.

XRT 모델을 유심히 살펴보던 한 인플루언서는 "싼타페에서 보여줬던 박시한 디자인을 투싼에도 적용한 점이 마음에 든다. 평소 좋아하는 레드 락 오렌지 색상이 실제 차에 적용된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추가하고 실내 기술 수준을 높인 점도 미국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 같다"고도 했다.

현대차는 투싼을 시작으로 북미 시장에서 신차 공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 100종 이상의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인 58종을 북미에 출시한다. 북미 HEV 라인업도 10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디 올 뉴 투싼'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 신형 투싼이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김이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