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감사 첫날인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조희대 대법원장 증언을 둘러싼 여야의 격렬한 공방으로 시작부터 파열음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일반증인 불출석 의견서를 낸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막고 질의를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망신주기' 목적의 증인 채택이라고 반발하며 조 대법원장의 퇴장을 촉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기관장 인사말 이후 퇴장하는 관례를 따르지도 못하고, 민주당이 의결한 일반증인으로서 선서를 하지도 않은 채 오전 내내 앉아 있다가 오후 감기를 이유로 자리를 떴다. 사법부 수장을 둘러싼 여야의 설전은 볼썽사나웠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원장은 선서 의무가 있고,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할 의무가 있다"며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와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질의 공세를 퍼부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제 2의 윤석열을 꿈꾸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그런 말씀은 굉장히 모욕적이고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대법관 임명이 안 되는 이유는 청와대가 재제청을 했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국감장에)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공방 속에 침묵을 지키던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대통령과 기싸움을 하며 아집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라고 하자 "답변할 시간을 주시겠느냐"며 준비한 종이를 품에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조 대법원장은 "3부가 각기 전속적인 권한을 갖는다"며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생 점검과 정부 견제라는 취지는 오간 데 없이 난장판이 되어버린 국감장을 지켜보는 국민 심정은 답답하고 착잡하기만 하다. 국회는 국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입법 기관이며, 사법부는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수행하는 독립 기관이다.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두 기관이 삼권분립의 원칙 아래 서로 견제하면서도 존중하고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대법관 제청, 재제청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관의 갈등이 국감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입법부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여당이 대법원 수장을 공개적으로 몰아붙이는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경제, 사회, 안보, 외교의 난제가 문제가 한꺼번에 얽힌 복합 위기 상황에서 국감 내내 이런 식의 공방만 반복할 건지 묻지않을 수 없다.
조 대법원장이 이날 강경한 입장을 거듭 피력하며 대법관 재제청 문제는 점점 더 출구를 찾기 어려운 국면으로 가는 양상이다. 청와대 역시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헌법기관 간 답답한 대치가 길어지고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할수록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라는 지적이 숱하게 제기됐지만 양쪽 다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인다.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가. 결국 열쇠를 쥔 것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다. 이제라도 담판을 짓든 긴밀한 물밑 협의를 진행하든 서로의 권위를 적절히 세워주는 선에서 타협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시대포럼] 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도약](https://i.ytimg.com/vi/VcbpSJtXg6o/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