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5일 새벽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피해자 A씨는 자신을 오래전부터 스토킹해 고소한 전 연인 김상수(52)의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김상수는 흉기를 들고 A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A씨는 곧바로 스마트워치를 눌렀다. 112에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전 2시51분9초. 경찰은 3분54초만인 오전 2시55분3초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상태였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김상수는 법원으로부터 스토킹 범죄 잠정조치 2호(100m 이내 접근금지)와 3호(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연락 금지)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출동 시간 3분대는 경찰이 스마트워치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까지 가는 최단 시간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피해자의 신고에 의존하는 스마트워치가 지닌 물리적 한계다. 가해자를 목격한 피해자가 신고했을 때는 이미 위험이 목전에 다다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수동적인 신변보호에 머물 게 아니라 가해자의 접근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3년8개월간 스마트워치 지급 대상자의 강력범죄 피해는 살인 8건, 살인미수 10건 등 모두 18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신고 접수와 경찰 현장 도착 시각이 확인되는 5건의 평균 출동 시간은 '4분32초'였다. 지난해 전체 112 신고의 평균 현장 도착시간인 '5분14초'보다도 42초 빨랐다. 지난 6월 부산에선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염산을 뿌린 살인미수 사건이 있었다. 당시 스마트워치 신고 후 경찰은 3분1초만에 현장에 출동했지만, 역시 범행을 막지 못했다.
스마트워치는 위험을 느낀 피해자가 버튼을 누르면 112 신고가 접수되는 방식이다. 긴급한 스마트워치 신고는 최우선 출동이 필요한 '코드0(제로)'으로 분류되지만, 경찰이 피해자를 일대일로 상시 보호하지 않는 이상 신고부터 출동 사이의 간극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법무부는 올해 6월부터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한 스토킹 가해자가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피해자에게 그의 위치를 알려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런 보완책이 강력범죄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경찰도 스마트워치의 한계를 토로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소속 수사관은 동행미디어 시대에 "가해자와 피해자 간 격리가 필요한데,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이나 전자발찌 부착을 신청해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최후의 보루가 스마트워치인데, 한계가 분명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워치 신고를 통해 가해자를 검거한 사례가 더 많은 만큼 효과는 분명히 있다. 다만 신고 버튼을 눌렀을 때 이미 가해자가 바로 앞에 있을 수 있어 안타까운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워치가 범행 당시 제대로 활용됐는지 사후 점검도 미흡하다. 지난 3년8개월간 스마트워치 지급 대상자 중 강력범죄 피해를 본 18건 중 13건에 대해 경찰은 스마트워치 작동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신고 버튼을 누르지 않은 건지, 누를 틈도 없이 범행을 당한 건지, 버튼을 눌렀지만 기기가 오작동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마트워치가 강력범죄 예방에 한계가 뚜렷한 상황에서 피해자 안전을 위해서는 가해 우려가 있는 피의자 신병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지난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 1만6590명 중 구속은 3.1%(516명)에 그쳤다. 교제폭력 구속률도 2.5% 수준에 그쳤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4년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를 상대로 신청한 전자발찌 부착 신청 324건 가운데 법원은 106건(32.7%)만 인용했다. 가해자를 유치장·구치소에 최대 1개월 구금하는 잠정조치 4호도 같은 기간 신청된 1219건 가운데 법원은 499건(40.9%)만 받아들였다.
이는 법원이 스토킹 가해자의 구속이나 전자발찌 부착 인용 등을 판단할 때 범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진다. 관계성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고 피해자의 생활 동선이 노출돼 범행이 반복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범인 전주환은 직장 동료를 스토킹하다 2021년 10월 경찰에 체포됐다.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전주환은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근무 중이던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했다.
김상균 백석대 범죄안전문화연구소장은 "관계성 범죄는 '나를 좋아해서 그런 거겠지' 하며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피해자가 가해 행위를 일일이 증거로 남기기도 어렵다"며 "구속영장 판단 과정에서 이런 범죄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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