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는 뛰는데 대출금리 상한은 묶이자, 2금융권이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1


서민에게 돈을 빌려줄수록 남는 게 줄어드는 역설이 2금융권에 번지고 있다. 돈을 끌어오는 비용은 뛰는데 차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정부가 정한 '가격표'에 묶여서다. 손실을 피하려는 금융사들은 신용도가 높은 이들에게만 골라서 돈을 빌려준다. 서민을 보호하려 만든 상한이 오히려 서민 대출 문턱을 높이는 셈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카드·캐피탈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채(AA+·3년물) 금리는 지난 8일 연 4.572%로 1년 전(2.872%)보다 1.70%포인트 올랐다. 그사이 한국은행도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려 연 3.00%가 됐다.



반면 금융위원회가 고시한 카드사 중금리대출 금리 기준은 1년 새 연 12.33%에서 12.26%로 오히려 내려갔다. 카드사가 신용 하위 50%에게 이 금리 이하로 빌려줘야 '중금리대출'로 인정돼 대출 규제를 덜 받는다. 빌려오는 금리는 1.7%포인트 뛰었는데 받을 수 있는 금리는 낮아졌다. 연체로 떼이는 돈과 운영비는 별도로 빠져나간다. 정부가 반기마다 조달비용 변화를 기준에 반영하긴 하지만 최근 오른 금리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신용자가 기댈 수 있는 제도권 마지막 창구인 대부업은 사정이 더 빠듯하다. 신규 신용대출 금리를 공시한 21곳 중 17곳이 이미 최고금리인 연 20%를 받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형 대부업체 연체율은 지난해 말 10.2%였다. 조달비용이 올라도 대출금리에 더 얹을 방법이 없다.

결국 대출은 그나마 신용이 나은 이들에게로 쏠린다.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보면 8개 전업카드사의 2분기 중금리대출 2조3750억원은 모두 신용평점 501점 이상에게 나갔다. 500점 이하에게 나간 대출은 한 건도 없었다. 금융위 자료에서도 신용 하위 20% 저신용자의 신용대출 잔액은 2021년 8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8월 79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최고금리를 20%로 내렸던 2021년 7월의 기준금리는 0.50%였다. 정부는 시장 여건이 급변해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법 대신 시행령으로 정했지만 기준금리가 3.00%가 된 지금까지 한 번도 손대지 않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기엔 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요즘은 중신용자도 대출이 잘 안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민관이 함께 위원회를 구성해 업권별로 이자율 상한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업계가 조달비용을 커버하지 못할 수준에까지 내몰리면 결국 서민들이 자금조달 통로가 막히는 등 피해를 본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