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정부 간 소통 차질이 주미대사를 통해 공식 확인되면서 외교안보라인 교체론이 부상하고 있다. 여권에서도 인적 쇄신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신중한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상 간 대화 등을 통해 한미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한미동맹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고 외교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국가 간 관계에 있어서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간에는 이견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이견들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야 되겠다"고 했다.
이날 발언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쿠팡 문제와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대미 투자 협상 등으로 우리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자주적인 독립국가"라며 사대적 태도를 경계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한 외교안보라인 인적 쇄신론에 거리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강경화 주미대사는 12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계의 가장 어려운 현안으로 '정보 협력'을 꼽았다. 강 대사는 "미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백악관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정보 협력 차질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이른바 '구성 발언'에서 불거졌다. 정 장관이 지난 3월 외통위에서 평안북도 구성을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공개 거론하자 미국은 감시 자산의 정보 유출을 우려해 6개월 넘게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회의에선 미국 측 요구로 국가정보원이 빠지기도 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위해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외교 안보라인을 필두로 해서 쇄신하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해서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하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은 남북 관계와 자주 외교를 중시하는 대표적 '자주파'로 분류된다. 이들의 대북 행보로 커진 미국의 불신을 조현 외교부 장관 등 외교 라인이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강대 교수는 "강경화 대사가 미국 내 외교활동을 전개하면 그에 상응하는 미국 인사가 나오질 않는다는 이야기를 미국 측 인사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이 미국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외교부 장관이나 주미대사가 제대로 활약하면 그런 부분도 극복할 수 있다"며 "그런데 조현 장관이 하는 걸 보면 굉장히 소극적이다. 외교안보 수장 교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김현욱 전 세종연구소장은 인사 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상 외교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등과의 인맥 가동 ▲이 대통령의 영문 SNS 메시지 발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전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가진 한국 정부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접촉이 지금 필요하다"며 "정상 간의 만남에서 푸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 같고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첫 번째 기회"라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는 다음 달 중국 선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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