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현대자동차·기아 의왕연구소에서 로봇을 활용한 도어 가니시 자동 장착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작업자가 허리를 숙여 끼우던 도어 하단 장식 부품을 미세 진동과 단계별 가압으로 장착한다./현대차그룹


"저희가 추구하는 자동화의 목적은 사람을 줄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좀 더 안전하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제조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 16일 경기 의왕시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 최영태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 E-FOREST센터장(상무)은 미래 공장의 핵심 가치로 '인간 중심의 자동화'를 꼽았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E-FOREST 테크데이 2026'에 앞서 공개된 신기술 곳곳에는 작업자가 힘들어하던 일을 덜어내려는 고민이 담겼다.



현대차·기아는 차 문 아래쪽 장식 부품인 가니시를 붙이는 작업을 시연했다. 이날 시연한 부품에는 클립이 19개 달려 있었다. 그동안 작업자는 허리를 숙인 채 여러 클립을 장착 구멍에 맞춰 부품을 끼웠다. 개발 담당자는 볼링공을 예로 들었다. 구멍 세 개에 손가락을 넣을 때도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맞추게 되는데 클립 여러 개를 한 번에 맞추기는 더 어렵다는 것이다.

설비는 사람 손 대신 진동을 썼다. 화면 속 클립이 바르르 떨더니 구멍을 찾아 들어갔다. 끼운 뒤에는 덜 들어간 곳이 없는지 센서가 다시 확인했다. 허리를 숙인 채 손끝 감각에 기대던 일을 기계가 넘겨받은 셈이다.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에서 로봇이 전용 그리퍼를 이용해 차량 문틀에 고무 부품인 웨더스트립을 장착하고 있다. 쉽게 휘는 부품을 적정한 힘으로 눌러 끼우고 카메라로 장착 상태를 확인한다./현대차그룹


옆에선 노란 로봇팔이 차 문틀에 바짝 붙어 고무 띠를 끼우고 있었다. 문틀을 따라 들어가는 웨더스트립이다. 길고 쉽게 휘어 모양을 잡은 채 끼우기 어렵다 보니 작업자들이 꺼리던 공정이다. 그동안은 사람이 직접 끼우고 눈으로 품질까지 확인했다. 로봇의 움직임에는 작업자가 실제로 부품을 끼우던 방향과 순서를 반영했다. 장착이 끝나면 카메라가 빠지거나 들뜬 곳이 없는지 다시 살폈다.

새 설비를 들이는 엔지니어의 수고를 줄이는 기술도 있다. 그동안은 설비를 설치한 뒤 현장에서 돌려보고 고치기를 되풀이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중력과 마찰, 고무 부품이 휘는 모습까지 실제처럼 재현하기 어려웠다. 화면에선 잘 움직이던 로봇도 실물 앞에선 다시 손봐야 했다.
경기 의왕시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미디어 초청 행사에서 연구원이 헤드셋과 조작기를 이용해 로봇 제어를 시연하고 있다./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는 엔비디아와 함께 이런 물리 현상까지 반영한 가상공간에서 설비를 미리 돌려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설비를 깔기 전에 문제를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울산 EV 공장의 신차 투입 시운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헤드셋을 쓰고 가상공간의 로봇을 조종해 웨더스트립을 다뤄보는 체험도 마련됐다. 집고 옮기는 단순한 동작인데도 손에 익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로봇을 가르칠 사람의 동작 데이터를 모으는 일도 만만치 않다는 게 개발진의 설명이다.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에 마련된 터널형 외관검사 설비 안에 기아 PV5가 놓여 있다. 카메라로 차량 외관을 촬영하고 AI로 이미지를 분석해 미세한 찍힘과 긁힘 등을 찾아낸다./현대차그룹


비전 AI 기술 시연장에서는 아치형 터널이 기아 PV5를 감싸고 있었다. 짙은 차체에 천장 조명이 거울처럼 비쳤다. 터널 안의 카메라가 외관을 찍어 흠집을 찾는 설비다. 회사 측은 차 한 대당 초고해상도 사진 약 5000장을 찍어 분석하고, 1㎜ 크기의 찍힘과 긁힘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화면에는 차를 펼쳐 놓은 그림 위로 흠집의 위치와 종류, 크기가 표시됐다.

검사 AI를 가르치려면 불량 사례가 많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모으기는 쉽지 않다. 차 색깔이나 조명이 바뀔 때마다 다시 시험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래서 가상공간에서 여러 조건의 데이터를 만들어 AI를 학습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불량 사례를 찾아다니거나 현장 실험을 되풀이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다.

이날 시연된 도어 가니시 자동 장착은 2027년12월 기아 광주 1공장에, 외관 검사 기술은 화성 EVO 플랜트 웨스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들 기술이 생산라인에 자리 잡으면 허리를 숙여 부품을 끼우거나 설비를 거듭 조정하던 일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 상무는 "궁극적으로는 로봇이 부담스럽고 위험한 일을 맡을 것"이라며 "사람은 판단과 개선, 가치 창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